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지만, 형 집행이 끝난 뒤 삼성전자로 복귀하는 절차는 간단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횡령·배임 등으로 유죄를 받은 기업인은 정부로부터 재취업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진보 시민단체들은 “(법무부는) 삼성전자 이사회에 이 부회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재취업을 금지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형을 마친 뒤 5년간 삼성전자로의 취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특경법 제14조는 횡령·배임 등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당초 이 조항은 횡령·배임 등 중대한 경제 범죄 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기업체로 취업을 제한했다. 예컨대 A사에 다니면서 경쟁사인 B사에 이익을 주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뒤 징역을 살고 나와 B사에 각종 혜택을 받고 취업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2019년 법무부가 관련 시행령(제10조)을 손보면서 발생했다. 취업 제한 대상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회사까지 포함하면서다. 즉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체에도 취업을 제한한 것으로, 사실상의 ‘오너 재취업 금지법’이다.
해당 시행령은 2019년 11월 8일 이후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된다. 법원에서 인정한 이 부회장의 횡령은 시행령 시행 이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이 부회장 본인 범죄로 취업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의 ‘빈틈’이 있다. 취업 제한 대상에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공범이 간부 직원으로 있었던 기업체’라고 명시한 기존 시행령이 개정 시행령의 시행 시기와는 무관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법원에서 86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됐는데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등이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 임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이 부회장까지 재취업이 제한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도 이런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취업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김 사장은 법무부에 취업 승인을 요청했고,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승인하면서 대표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등기이사를 내려놓고 무보수로 일했기 때문에 취업제한 규정과는 무관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사면복권이 되지 않는 한 정부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취업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전망이 있다.
이 부회장의 사례를 계기로 취업 제한을 명시한 특경법 시행령의 위헌 논란도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영 허용이나 금지를 행정부가 입법부의 통제도 없이 시행령으로 허가하는 것은 위헌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가 범죄전력자를 채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국가가 이런 영역까지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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