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국내 극장의 하루 관객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다. 23일엔 15만4597명, 24일 14만8506명을 기록했다. 10만 명을 넘어선 건 지난 성탄절(14만 명) 이후 한 달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신작 부재로 극장가는 연일 1만 명대의 최저 관객 수를 기록해왔다. 분위기가 확 달라진 것은 지난 20일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이 개봉하면서다. 재미있는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을 내세운 ‘소울’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호평과 함께 개봉 5일 만인 24일까지 40만8214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던 극장가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소울’의 흥행 조짐에 이어 ‘새해전야’ ‘세자매’ ‘아이’ 등 신작도 잇달아 개봉될 예정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개봉을 꺼리던 제작사들이 하나둘씩 개봉을 결정하고 있다. 이 같은 기세를 몰아 극장들도 관객 확장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스크린 가득 메울 신작들이 온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극장 매출은 2952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73%나 줄었다. 국내 전체 영화 매출의 76%를 차지하는 극장산업에 위기가 찾아오면서 투자, 제작, 배급, 마케팅 등 영화 생태계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봤다.하지만 올 들어 새로운 콘텐츠가 조금씩 채워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제작사들이 신작들의 개봉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상황인 데다 개봉을 적극 유도하는 극장의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극장 3사는 지난 18일 새로운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다음달 개봉하는 영화를 대상으로 상영 부금 외에 관객 1인당 최대 1000원 수준의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극장들은 이를 통해 개봉 작품의 손익분기점을 낮추고, 관객 유치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준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작품 다수가 개봉을 결정하고 있다. 일본에서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은 27일 개봉한다. 24일 기준 사전 예매율이 49.3%로 ‘소울’을 앞지르고 있다. 문소리·김선영·장윤주 주연의 ‘세자매’도 같은 날 관객을 만난다. 다음달 10일엔 여러 작품이 개봉한다. 김강우·유인나·유연석 등이 출연하는 로맨스 영화 ‘새해전야’, 김향기 등이 나오는 ‘아이’,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코미디 ‘워 위드 그랜파’ 등이다.
황재현 CJ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설 연휴가 다가오고 지원책이 나오면서 제작사에서도 화답하는 것 같다”며 “좋은 영화가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어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트로트 팬들도 극장으로”
극장들은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관객 다변화와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CGV는 대형 스크린을 보며 게임을 생동감 있게 즐길 수 있는 ‘아지트엑스’를 정식 운영하기로 했다. 트로트 등 다른 장르의 관객도 끌어들이고 있다. CGV가 지난해 9월 가수 김호중의 영화 ‘그대 고맙소: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를 선보인 데 이어 메가박스는 설 연휴에 맞춰 가수 송가인의 ‘송가인 더 드라마’를 올린다.신작 공백을 채워준 ‘화양연화’ 등 고전 영화들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좋아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기획전 ‘메모리 어바웃 시네마’를 통해 모니카 벨루치의 ‘라빠르망’ 등을 선보이며 시네필(영화광)을 적극 끌어모으고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영화관과 영화를 그리워하는 많은 관객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