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시한 압수수색이 28만 건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주춤한 가운데 ‘진술 확보’에서 ‘증거 확보’ 중심으로 수사와 재판의 무게추가 이동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됐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총 28만8742건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 하루 평균 791건꼴로, 2019년(25만8162건)보다 11.8% 늘었다. 2016년(16만8290건), 2017년(18만1040건), 2018년(21만9829건) 등 압수수색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피의자 신병을 확보하거나 증인·참고인 등으로부터 의미 있는 진술을 받아내는 데서 압수수색을 통해 범죄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확보하는 쪽으로 수사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신을 구속하는 구속영장 발부 건수는 압수수색 영장과 달리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작년엔 코로나19 사태로 수사기관의 소환조사 등도 최소화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면조사가 어려워진 것이 오히려 압수수색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압수수색하면 아직 집이나 사무실 같은 물리적 공간을 뒤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계좌 추적을 위한 영장이나 스마트폰 등 물건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법정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현재는 검사가 적법한 조사를 통해 작성한 피의자에 대한 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부인해 버리면, 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된다. 진술 증거보다 물적 증거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압수수색 증가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이 과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피의자 등에 대한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강제수사의 일종”이라며 “검찰과 경찰이 수사 편의에 따라 일단 압수수색부터 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이나 이메일 등 디지털 증거 관련 압수수색이 늘면서 범죄 혐의와 무관한 부분에 대한 별건수사와 사생활 침해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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