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도 재난지원금으로 수수료 수익본 것 아니냐. 수익 늘었으니 이익공유제에 동참해야 한다."
지난 15일 비공식으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불평등해소 태스크포스(TF)에서는 "재난지원금 수익으로 별도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약 14조원의 재난지원금이 카드 포인트로 지급됐기 때문에 가맹점으로부터 수익을 봤을 것이고, 정부 돈으로 수익을 본 것이기 때문에 도로 사회에 환원해야한다는 것이다.
일단 재난지원금 덕에 추가로 카드 소비액이 늘어난 것은 전체 재난지원금 대비 28%에 그친다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이다. KDI에 따르면 전국 카드매출을 분석한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증가한 카드 매출액은 4.0조원으로 전체 투입재원 대비 약 26.2~36.1%로 집계됐다. 재난지원금을 통해 카드사들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매출 4조원에 수수료율을 곱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 재난지원금에서 얻은 수익을 그대로 이익공유제에 감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여당이 '수익'만 보고 '비용'은 의도적으로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난지원금에 들어간 카드업계 비용은 서버구축비용과 포인트 적립비용, 이자비용 등이다. 가장 큰 비용은 포인트 적립비용이다. 카드업계는 재난지원금으로 쓴 금액도 실적으로 잡아줬다. 재난지원금 소비액에 대해서도 포인트를 적립해주거나 할인 혜택을 줬다는 의미다. 적립된 포인트는 그대로 카드사의 부채로 계상된다. 일반적으로 카드 포인트 적립비율은 1% 안팎이다. 단순히 4조원에 1%만 곱해도 400억원이다.
이자비용도 적지 않다. 카드업계는 포인트로 적립해준 재난지원금을 수혜를 입은 국민이 쓰면, 2~3일 뒤에 가맹점에 선지급했다. 정부는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된 5월로부터 두 달이 지난 7월1일 카드사에 일괄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정산했다. 두달동안 카드사들이 부담한 이자율은 연 1~2%대다. 이자비용은 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마다 수십억원씩 들어가는 서버구축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전 국민이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한 탓에 일부 카드사의 경우 시스템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재난지원금이 쓰인 곳도 대부분 영세 가맹점이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주장이다.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0.8~1.6%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전체 가맹점의 96%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데, 영세자영업자 지원을 이유로 사실상 카드사들이 손해를 보는 구간이다. 정부가 재난지원금 사용처에 제한을 두면서 대부분의 재난지원금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 가맹점에 쓰이면서 오히려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카드사가 재난지원금으로 손실을 봤다는 것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 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945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늘었지만 순익은 오히려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서 가맹점의 매출이 늘었지만, 카드사가 가맹점에서 얻을 수 있는 순익은 줄었다는 걸 증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재난지원금이 카드사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