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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골프클럽 쏟아져도…"궁합 잘 맞는 구관이 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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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만큼이나 신형 제품을 빠르게 출시하는 곳이 골프용품 제조업이다. 골프용품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시 전쟁’은 골프산업의 연례 행사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용품사들의 바람과 달리 신제품보다 이전 클럽과의 궁합을 우선하는 프로골퍼들도 있다. 이들은 구형 클럽을 쓰기 위해 자신을 후원하는 용품업체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재미동포 케빈 나(38)가 지난 18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에 들고 나온 드라이버는 캘러웨이골프의 GBB 에픽 드라이버다. 캘러웨이골프가 2017년 출시한 제품이다. 2011년 첫 승을 끝으로 그저 그런 선수로 머물 것 같았던 케빈 나는 이 드라이버를 손에 넣은 뒤 4승을 더 추가했다. 그가 쓴 아이언도 출시된 지 5년이나 된 캘러웨이골프의 에이펙스 프로 16 모델이다. 케빈 나의 친형인 나상현 SBS골프 해설위원은 “동생이 클럽의 모든 부분에서 만족하고 있다”며 “더 마음에 드는 드라이버를 찾기 전까진 이 드라이버를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PGA투어 스코티 셰플러(25·미국)가 최근까지 사용한 나이키골프 VR 프로 3번 우드는 2011년 출시된 제품이다. 나이가 10살이나 된 구형 모델이다. 그는 이를 고등학교 시절부터 썼다. 셰플러는 프로로 데뷔하고 나서도 3번 우드만큼은 바꾸지 않았다.

셰플러는 이 우드와 함께 지난해 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하는 등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다가 최근에야 새로운 3번 우드로 교체했다. 우드의 헤드가 앞서 열린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를 앞두고 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가 2016년 골프 클럽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해 똑같은 제품을 구할 수 없었다. 셰플러는 “(구형 모델은) 새로 나온 3번 우드들보다 타구감이 훨씬 부드러웠다”며 “셋업할 때 클럽의 페이스가 몸과 정확히 직각이 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며 아쉬워했다.

대니엘 버거(28·미국)가 지난해 6월 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투어 통산 3승을 올렸을 때 사용한 아이언은 테일러메이드의 ‘TP MC’ 2011년형 모델이다. 버거는 “예전에 썼던 아이언인데 백업용으로 가지고 있던 것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결과가 좋았다”며 “이베이(인터넷 쇼핑몰)에서 최대한 많이 사놓고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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