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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칼럼] '윤석열 현상'과 법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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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는 비정치인 출신 해결사의 등장을 갈망하는 특징이 있다. 가깝게는 안철수, 과거로 가면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이 기대를 모았다. 권력과 밀착된 부패한 정치권이 아니라 장외에서 엉클어진 현실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을 갈구한 것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이 국민들로부터 크게 주목받고 있다. 윤 총장은 작년 6월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0.1%를 얻어 3위에 오른 뒤 수직 상승하다가 12월 조사에선 23.9%로 전체 1위에 올랐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선 이재명 지사(23%)에 이어 13%로 지지율 2위를 했지만 정권 관련 수사의 진전에 따라 순위는 쉽게 바뀔 것이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고정 조사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구조적 요인과 개인적 특성 두 가지를 추정할 수 있다. 구조적 요인은 정치권의 ‘내로남불’식 윤리 혼돈과 상시화된 불법성에 기인한다. 과거부터 집권 세력은 선거에서 크고 작은 불법을 저질렀고 이 불법들을 힘으로 무마하려 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했고,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조국 가족 비리 수사’,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이어갔다. 과거에는 관행으로 묻어버리거나 권력에 의해 무마되던 사건들에 대해 ‘죄가 있으면 누구든, 어디든 수사한다’는 ‘법치’로 직진했다. 보수 정권, 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법정에 세웠다. 국민은 이런 구조화된 한국 정치의 불법을 환골탈태시킬 수 있는 인물을 갈망했고 윤 총장의 행동에 감동했다. 보수, 진보 정권 모두에 핍박받으면서도 강직하게 ‘법대로’ 나아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법치 대한민국의 미래를 봤다.

윤 총장의 ‘불법에 대한 불용’과 최 감사원장의 정책 과정에서의 ‘적법성 요구’는 다르지 않다. 윤 총장은 선진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권력자도 법 위에 있지 않다’고 한 것이고, 최 감사원장은 ‘민주 권력에도 적법한 절차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치를 실천하는 검찰총장, 적법성을 확인하는 감사원장의 역할과 국가를 경영하는 리더십의 역할은 다르다. ‘정치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 지도자의 잣대를 대는 것은 가혹할 수 있지만, 윤 총장이 어떤 미래 비전과 전략을 가졌는지 알려진 바 없다. 적어도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비전과 실천 전략을 갖지 못했다면 정치 초년병 시절 안철수의 ‘철수하다’식 허망한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경제, 안보, 외교, 자유민주주의 모두 거꾸로 가고 있다. 소위 소득주도성장정책은 실패했고, 책임지는 장관 없이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곧 출범할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한국, 일본이 공동전선으로 반(反)자유주의 정권을 견제하자는데, 정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한만 바라보고 있다. 민주주의 연구로 유명한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는 현상’을 우려하며 “민주주의란 견제와 균형, 사법부 독립, 검찰 독립, 정보사회 독립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과 최 원장이 지키고자 하는 ‘법치’와 ‘적법성’만으로 거꾸로 가는 경제, 외교, 민주주의 등 우리 사회 병폐 모두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법치와 적법성이라도 이뤄낸다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국민은 ‘법치’ 대한민국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윤석열 현상’은 그런 국민의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윤석열 현상을 잠재우고 싶다면 국민의 뜻을 헤아려 ‘개혁을 구실로 한 권력기관 장악’ 시도 따위는 버리고 ‘법치’ 검찰, ‘적법’ 행정 만들기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이 먼저 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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