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 방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의 중심축이 시설 폐쇄를 통한 ‘강제적인 접촉 금지’에서 각 개인의 시민의식에 맡기는 ‘자율 방역’으로 차츰 옮겨가고 있는 걸 보여준다. 노래방 헬스장 등 영업 제한에 따른 방역 효과보다 이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더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명확한 원칙과 기준 없이 여론에 밀려 방역 지침을 완화했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세로 전환돼도 민간 영업시설 운영을 제한하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노래방은 룸당 한 명씩 가능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는 수도권에서는 원칙적으로 헬스장 당구장 학원 노래방 등 11만2000여 곳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8㎡당 한 명씩 들어가는 조건으로 문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수도권에 대해 사실상 ‘2.5단계-α 거리두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코로나19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해선 2m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 면적 단위로 바꾸면 4㎡다. 다만 방역당국은 실제 사용 환경 등을 고려해 면적 기준을 8㎡로 통일했다. 노래방은 허가 면적의 8㎡당 한 명씩 손님을 받을 수 있지만, 한 방에 들어가는 손님은 ‘5인 이상 모임 금지’ 적용을 받아 4명까지로 제한된다. 방이 나눠진 스크린골프장도 마찬가지다. 면적 제한 조건을 지키기 어려운 코인노래방은 룸당 한 명씩 손님을 받을 수 있다. 이들 시설은 출입문 등에 이용 가능한 인원을 게시해야 한다.
2.5단계에선 종교시설이 모두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수도권은 좌석의 10%까지, 비수도권은 20%까지 현장 참석자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방문판매시설 등 직접판매 홍보관도 16㎡당 한 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면 문을 열 수 있다. 전국 19만 개 카페도 좌석의 절반까지는 손님으로 채울 수 있다. 방역당국은 카페에서 2명 이상 인원이 1시간 이상 머무는 것을 삼가 달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다만 이는 권고 규정으로 처벌 대상은 아니다.
호프집 등 저녁에 손님이 몰리는 업소들은 ‘코로나 통금’으로 불린 오후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오후 9시 이후는 식사 후 2차 활동이 커지는 시간대”라며 “이를 연장하면 (코로나19에 대한) 위험 인식이 약해지고 만남과 이동량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돌잔치, 환갑잔치 등은 지금처럼 5인 이상 모임 금지 적용을 받는다. 같은 주소지에 살거나 주말부부 등 예외적으로 떨어져 있는 가족을 제외하면 다섯 명 넘게 모일 수 없다. 이들 방역 조치를 어기면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업소 주인은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낸다. 클럽과 같은 유흥주점과 콜라텍 단란주점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 5개 유흥시설, 카지노 등을 하면서 술 마시는 홀덤펍, 파티룸 영업은 지금처럼 금지된다.
추가 완화는 내달 초 검토
방역당국은 이동이 늘어나는 설 연휴가 코로나19 확산의 또 다른 고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2주일 동안의 거리두기 대응이 끝나는 다음달 1일부터 다시 2주일 동안 설 연휴 특별방역 대책을 시행하는 이유다. 이 기간 철도 승차권은 창가 좌석만 판매하고 명절 기간 무료로 전환했던 고속도로 통행료도 유료로 바꾼다.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는 것도 금지된다.정부는 코로나19 확산세를 조금 더 살펴본 뒤 방역 대응 완화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권덕철 1차장은 “2주일 동안 확진자 발생 추이를 보면서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 등을 유지할지 판단할 것”이라며 “거리두기 단계 하향은 주간 하루 평균 환자가 2단계 기준인 400명대로 진입하면 위험도를 평가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6일 하루 520명, 국내 감염자는 500명 늘었다. 최근 1주일간 하루 평균 신규 국내 감염자는 499명으로, 겨울 대유행 시작 후 처음으로 500명 아래로 내려갔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