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지 만 1년이 된다. 확진자 수는 어제(0시)까지 총 7만2340명, 사망자는 1249명으로 집계됐다. 치명률은 1.73%로, 세계 평균(2.1%)보다는 낮다. 월도미터에 따르면 확진자 수는 세계 221개국 중 86번째이고, 인구 100만 명당 확진자 수는 154번째다. 그러나 검사자 수는 124번째로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아시아권에선 대만 베트남 등 우수한 방역 성과를 보인 나라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최악’은 피했지만 선진적인 국내 의료 체계를 감안하면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2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사태를 떠올려보면 국내 상황이 최악으로 진행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전국에서 달려온 의료진의 목숨 건 헌신과 지역주민의 협조가 ‘죽음의 도시’란 소리를 듣던 대구·경북을 부활시켰다. 이후에도 이어진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 협력과 의료진 희생이 사태 악화의 방어막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히려 문제를 심화시킨 건 역설적이게도 정부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K방역’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바빴던 정부는 마스크 대란(3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쟁(4월), ‘정치 방역’ 및 소비쿠폰 지급 논란(8월), 백신 확보 지연과 동부구치소 사태(12월) 등을 자초했다. 무턱대고 영업제한·금지를 남발하고, 당사자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풀어주는 일이 되풀이되면서 방역 신뢰는 땅에 추락했다. 코로나 발생 1년이 다 되도록 시설별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탁상행정의 예고된 참사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민의 방역피로증은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그제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 일부 완화에도 자영업자들은 숨통이 과연 트일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방역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그래야 좀 더 인내하자는 정부 호소가 먹혀들 것이다. 과학과 전문가 조언을 경청하겠다는 것도 말로 그쳐선 안 된다. 질병관리청장에게 백신 관련 전권을 주더라도 그 모든 책임은 대통령이 진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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