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밥상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배추 무 양파 등 농산물 가격뿐만 아니라 닭고기 달걀 삼겹살 같은 축산물까지 일제히 전달 대비 두 자릿수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가공품 가격까지 들썩이고 있어 밥상 물가뿐 아니라 설 차례상 비용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유통업계와 공동으로 할인 행사에 나서며 소매가격 상승을 간신히 틀어막고 있지만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고삐 풀린 밥상 물가
국내 농산물 도매가격 동향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 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는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17일에도 전일보다 3.69% 오른 182를 기록했다. 배추(35%), 무(34%), 고추(90%), 마늘(9%), 양파(34%) 등 정부가 가격을 집중 관리하는 5대 조미채소의 가격 상승폭이 특히 컸다.쌀값도 고공행진이다. 국내 쌀 소매 가격은 지난해 장마철을 기점으로 급등했다. 지난해 6월까지 5만1000원 선을 유지하던 쌀 가격(20㎏ 기준)은 7월 말 5만2000원으로 오른 뒤 12월 6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평균 소매가격은 5만9800원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쌀 생산량은 350만7000t으로 전년보다 6.4% 감소했다. 52년 만에 가장 적은 생산량이다.
축산물 가격도 오름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영향으로 계란과 닭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 16일 기준 계란 1판(특란 30개 기준) 소매가격은 6184원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9.8%, 전년 동월 대비 16.8% 오른 가격이다. 닭고기 1㎏ 소매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9.3% 높다. 가정 내 수요가 늘면서 이달 들어 삼겹살 평균 가격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 높은 100g당 2116원을 기록했다.
설 선물 과일세트 20~30% 인상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설 선물용 과일세트 가격은 지난해보다 20~30% 올랐다. 선물세트에 주로 쓰이는 사과와 배 원물 가격이 지난해보다 50%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5일 상품 등급의 후지 사과 10㎏은 도매시장에서 6만23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4만720원)보다 52.9% 오른 가격이다. 신고 품종 배(10㎏ 기준) 가격도 30% 가까이 올랐다.가공식품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풀무원은 이달 중 두부 가격을 최대 14%, 콩나물 가격은 최대 10%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4000원대 후반인 풀무원 국산 콩두부(300g) 제품은 조만간 5000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풀무원 관계자는 “지난해 장마와 폭우 등으로 콩 생산량이 20% 가까이 급감해 원재료 가격이 15% 정도 올랐다”며 “유통업체들과 가격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샘표식품도 18일 꽁치와 고등어 통조림 제품 4종 가격을 평균 42% 인상한다. 샘표는 지난 5일에도 깻잎과 명이나물, 메추리알장조림 등 통조림 제품 가격을 평균 36% 올렸다.
정부, 설 물가대책 준비
물가 급등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부와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설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 공급을 확대하고 축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AI가 심해져 수급이 붕괴되고 이로 인해 가격이 급등한다면 외국에서 계란과 닭고기 등을 긴급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앞서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형마트, 온라인몰 등 총 14개 유통업체는 지난 15일부터 농산물 소비 진작 프로그램인 ‘대한민국 농할(농산물 할인) 갑시다’를 시작했다. 배추와 무, 계란 등 가격 인상폭이 큰 농산물을 이달 27일까지 할인 판매한다. 최근 물가 상승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당초 28일 시작할 예정이었던 행사를 보름여 앞당겼다.
김기만/김보라/노유정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