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 전자 계열사 중 처음으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지 7개월 만에 나온 성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4일 충남 아산1캠퍼스에서 김범동 인사팀장(부사장), 김정란·이창완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단체협약 체결식을 열었다. 단체협약은 노사가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이나 복지 등 제반 사항을 합의한 협약으로, 취업 규칙이나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하는 직장 내 최상위 자치 규범이다. 김 인사팀장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원만하게 노사 합의를 이뤄냈다”며 “앞으로도 법과 원칙을 준수하며 상호 협력적인 노사관계의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날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엔 노조 전임자의 업무 수행을 위해 근로시간 면제 제도(타임오프제)를 도입하고 연간 9000시간의 근무시간을 인정하는 등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노사는 지난해 5월부터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에 들어갔다. 지난해 5월 1차 본교섭 이후 7개월 동안 총 아홉 번의 대표교섭과 본교섭을 거쳐 지난달 109개 항목의 단체협약안에 잠정 합의했고, 세부 문구를 조정해 이날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노조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사측과 2021년도 임금·복리후생에 관한 협의를 할 계획이다.
삼성이 무노조 경영을 공식화한 것은 2019년 12월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노동법 위반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 때도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른 삼성 계열사에서도 노사 교섭이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1월 상견례 이후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며, 삼성SDI 노사도 단체협상을 시작한 상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