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탄소배출 제로’ 신도시가 들어선다.
11일(현지시간) 아랍뉴스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전날 TV연설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더 라인’이라는 이름의 도시 구역 개발안을 내놨다. 170㎞에 걸쳐 벨트 구역을 지정하고, 이 일대에는 자동차가 들어올 수 없게 할 계획이다. 차로도 아예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일대에 학교, 병원, 레저 시설은 여럿 들여 대부분 주거단지에서 도보 5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게 목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더 라인 지상에는 공원과 주택단지 등만 들이고, 지하에 인공지능(AI) 체계를 갖춘 공공교통망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구역을 조성하는 데에 약 1000억~2000억달러(약 110조~220조원)가 들 것”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신도시를 조성해도 일대 자연환경의 95%를 보존하는게 목표”라며 “재래식 도시 개념을 탈피해 미래지향적 도시를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왜 발전을 위해 자연을 희생해야 하고, 매년 수백만명이 환경오염과 교통사고로 죽어야 하는가”라며 더 라인을 ‘초연결 미래 공동체’로 조성하겠다고 주장했다. 세계 탄소배출량과 해수면 상승 문제도 언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거대 산유국인 사우디 관계자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이번에 발표한 계획은 기존에 사우디가 조성 중인 대규모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네옴’의 일환이다. 사우디는 수도 리야드의 북서쪽에 2만6500㎢ 규모로 신도시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우디판 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사우디 정부는 네옴을 독자적인 세금·사법 체계를 갖춘 특별경제구역으로 키울 계획이다.
사우디는 국가 경제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저유가 장기화를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가 해외시장에서 국채를 매각해 약 5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인용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주 내에 주관 은행을 선정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는 작년 유가 폭락 이후 재정적자가 커졌지만, 한 해 동안 거의 국내에서 차입을 하고 해외 자본시장은 멀리해 투자자들을 놀라게했다”며 “그러나 이번엔 자금 조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작년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는 유가가 배럴당 76.1달러는 돼야 재정적자를 안 볼 수 있다. 12일 국제 원유시장 벤치마크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배럴당 55.8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