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의 키워드는 ‘경제’였다. 신년사 분량의 절반 이상을 경제와 민생에 할애했다. 핵심 키워드인 회복, 포용, 도약을 강조하며 ‘경제’를 29번이나 언급했다.
“상반기 경제 회복”…확장적 예산 집행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국민이 만든 희망: 회복, 포용, 도약’이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27분 분량의 신년사는 경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의 회복과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올해 우리는 온전한 일상을 회복하고,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으로 새로운 시대의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 회복을 위해 다음달부터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에 들어간다고 했다.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시행한다.경제회복을 위해 선제적 재정집행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상반기에 우리 경제가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도록 확장적 예산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110조원 규모의 공공과 민간 투자 프로젝트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1분기에 30조5000억원의 일자리 예산도 집중 투입해 일자리 104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깊어진 격차를 줄이기 위한 포용적 회복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안전망과 사회안전망도 한층 강화된다”며 이달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하고 7월부터 고용보험을 특수고용직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종식을 전제로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기정사실화한 채 자화자찬에만 집중한 신년사”라고 평가했다.
선도형 경제로 대전환
문 대통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선도형 경제로의 대전환’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시스템 반도체, 미래차, 바이오헬스 등 3대 신산업이 주력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연구개발 투자 100조원 시대가 열리며 혁신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올해를 한국판 뉴딜의 원년으로 정의하고 지역균형 뉴딜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이 주체가 돼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지역 기업과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발전전략을 만들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지역경제 혁신을 위해 국가지방협력 특별교부세 등을 활용한 재정 지원과 함께 규제자유특구를 새롭게 지정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한 입법도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디지털경제 전환, 기후위기 대응, 지역균형발전 등 뉴딜 10대 영역의 핵심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 노동 3법을 언급하며 경제민주주의도 강조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 등 기업 투자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성장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란 대통령의 전망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규제 체계를 개편하고 생산성 있는 부분으로 자원을 옮기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이런 부문에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집권 5년차, 민생경제에 집중
올해 신년사에서는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언급은 줄었다. 권력기관 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는 “권력기관 개혁은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일”이라며 “개혁된 제도를 안착시켜나가겠다”고 짧게 다루는 데 그쳤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지난 7일 신년인사회에서 강조했던 ‘통합’도 ‘포용’으로 표현을 바꿨다. 통합을 강조한 것이 전직 대통령 사면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대신 국민(34번) 경제(29번) 코로나(16번) 회복·안전(각 15번) 협력(14번) 뉴딜·위기(각 11번), 상생(9번) 등 경제정책과 관련한 단어 언급이 늘었다. 집권 5년차를 맞아 정치적 이슈보다는 경제 등 정책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