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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패러다임 바뀌자…'박스피 특화' 상품들의 우울한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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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과 커버드콜펀드는 한때 수조원어치씩 팔리던 인기상품이었다. 각기 다른 시기에 흥행했지만, 시장이 정체된 ‘박스피’ 시절 인기를 끌었다는 게 공통점이다. 왕년의 인기상품이 급등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양매도 ETN은 시장지수 콜옵션과 풋옵션 상품을 동시에 매도하는 전략을 쓴다. 시장 지수가 일정 범위 내에 있으면 수익을 올리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손실이 커지는 구조다. 커버드콜 펀드는 일반 종목에 투자하는 동시에 현재 주가보다 행사 가격이 높은 시장지수 콜옵션을 매도해 추가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옵션 만기일까지 시장지수가 행사가격 아래에 머무른다면 매수자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기일 지수가 상승해 상대방이 콜옵션을 행사한다면 정작 종목 투자로 얻은 수익까지 깎아먹는 구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TRUE 코스피 양매도 5% OTM ETN'은 0.38% 하락한 78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하락률은 10.27%에 달한다. 2019년 초 1조1000억원이었던 지표가치총액은 117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이 상품은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출시한 국내 첫 양매도 ETN 상품으로, 2019년 연초 기준 전체 ETN 시장의 14%를 차지할 정도의 인기를 끌었다.

커버드콜 펀드도 신세는 비슷하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의 커버드콜 펀드인 ‘신한 BNPP커버드콜 인덱스펀드’는 지난 1년 동안 7.56%의 수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기초지수인 코스피200 지수는 61.04% 급등했다. 2017년말 1조4000억원에 달했던 펀드 설정액은 1104억원까지 92.11% 급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과거의 박스피 특화 상품들이 크게 부진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한 증권사 마케팅 관계자는 "양매도 ETN이나 커버드콜펀드는 시장이 정체됐을때는 초과수익을 올리고, 하락기에는 손실을 방어하는 구조로 인기를 끌었다"며 "지난해 이후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되고, 시장이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과거 주류를 차지했던 상품들이 밀려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판매처인 은행 등이 옵션거래 등 금융공학 기반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크게 줄인 점도 악재다. 하나은행은 2019년 초고위험 상품인 양매도ETN을 중위험 상품으로 분류해 판매했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은행은 2019년 라임자산운용, 지난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거치면서 사모펀드를 비롯한 고위험 상품 판매를 축소하고 나섰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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