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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 되면 좋을 줄 알았는데…원주민이 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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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대형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 부동산을 매입할 때 붙인 개발 프로젝트 이름이다. 올랜도에 디즈니월드가 들어서면서 이 지역은 천지개벽을 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 시월드 등이 줄줄이 개장했고 도시 풍경 자체가 달라졌다.

디즈니월드 내 테마파크만 6개, 호텔은 31개다. 테마파크 중 하나인 매직킹덤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5만6000명(2018년 기준)이나 된다. 디즈니월드 하나로만 20만 개가 넘는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됐다. 전통적 농업지역이던 올랜도는 미국을 대표하는 관광 메카로 급부상했다. 이렇게 관광산업이 발전하면서 도시 전체가 관광객을 위한 테마파크로 변하는 현상을 ‘디즈니피케이션’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 단어엔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많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도시가 고유의 정취를 잃고 관광객만의 놀이터로 변해버린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원주민들은 소음과 사생활 침해 문제를 호소한다. 상점이 들어서면서 땅값이 오르고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해 도시 밖으로 밀려나는 상황도 생겨났다. 쏟아지는 관광객 때문에 주민이 변두리 싸구려 모텔촌으로 쫓겨나는 현상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라고 부른다.

인구 85만 명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연 18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암스테르담 시의회는 도심 지역의 에어비앤비 영업 금지를 결정했다. 1인당 하루 10유로(약 1만3000원)의 ‘관광세’까지 부과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시장을 뽑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관광객 꺼져라”는 팻말을 든 시위가 벌어졌다. 1950년대 18만 명에 이르던 베네치아 주민은 현재 5만 명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과거 디즈니의 개발 사업 이름과는 다른 뜻으로 쓰인다. 플로리다주에서 주거 취약계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원정책을 이렇게 부른다. 중의적 제목의 이 영화는 관광산업 활성화 이면의 그림자 또한 살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화를 찍은 션 베이커 감독은 “화려한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떠올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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