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문장이 있다. ①공영방송 수신료는 4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 ②공영방송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수신료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이다음에 들어갈 문장은 무엇일까.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일 제5기 방통위 비전과 목표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목표 가운데 하나로 방송 재원 구조 개편을 들었다. 방송이 공적 가치를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재원 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수신료를 올리겠다”는 말은 물론 없었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재원 구조 문제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됐다”면서도 “곧바로 수신료 인상과 연결시킬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재원 구조 개편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인상 여부 논의는 진행된 바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방통위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수신료 인상의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수신료 향배의 키를 쥔 당사자는 KBS와 방통위, 국회다. 방송법에 따르면 수신료는 KBS 이사회가 심의·의결한 뒤 방통위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얻어 확정된다.
KBS는 이번달 이사회에서 현행 2500원인 수신료를 최대 4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승동 KBS 사장은 4일 신년사에서 “수신료 현실화는 우리의 숙원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KBS는 2019년 759억원의 영업적자, 지난해에는 1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여당도 수신료 인상에 긍정적이다.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0년째 KBS 수신료가 동결됐다”며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방통위 역시 여러 차례 수신료 인상 의지를 내비쳐 왔다. 한 위원장은 작년 인사청문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올해 위원장 신년사에도 “공영방송 재원 구조 개선 논의와 관련 제도 개편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세 번째 문장은 무엇이어야 할까. ‘공영방송 역할 강화를 위해 40년째 변함없는 수신료를 인상하겠다’란 예상이 뜬금없는 비약일까.
일부 매체가 방통위의 정책과제 발표 이후 수신료 인상 추진을 지적하자 방통위는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례적으로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청구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는 경고 문구까지 담았다.
대다수 국민은 수신료 인상 추진이 방통위 해명처럼 ‘가짜 뉴스’이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앞으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수신료를 인상한다”는 말도 나오지 않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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