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상원 수성이냐, 민주당의 상원 탈환이냐’를 결정할 미국 조지아주 결선투표 두 곳 중 한 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초박빙 승부를 이어나간 나머지 한 곳에서도 민주당이 근소하게 우세를 보여 민주당이 백악관과 하원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해외 거주자 등 부재자투표 도착 마감 시한이 8일까지여서 ‘정치 불확실성’이 며칠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 결선투표 하루 뒤인 6일 오전 6시(한국시간 6일 오후 8시) 97% 개표 완료 기준으로 래피얼 워녹 민주당 후보가 50.6%를 득표해 49.4%에 그친 공화당 켈리 레플러 후보를 앞섰다. AP 등 미 언론은 워녹의 승리를 선언했다. 워녹 후보가 승리하면 조지아주에서 20년 만에 나오는 민주당 상원의원이 된다.
존 오소프 민주당 후보(50.2%)와 데이비드 퍼듀 공화당 후보(49.8%)의 대결에서도 민주당이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미 언론은 미개표 투표용지와 개표소로 배송 중인 부재자투표 등을 고려해 오소프 후보와 퍼듀 후보 대결의 승자를 최종 확정하지 않았다.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은 CNN에 “최대 1만7000표의 해외거주자 및 미군 투표 용지가 (도착 마감시한인) 8일 오후 5시까지 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두 달 전처럼 “손톱을 물어뜯게 하는 접전(nail-biter)”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3일 대선 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조지아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1만1000여 표 차로 승리했다. 이번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됐다는 것이다.
조지아주 결선투표는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4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총력전을 폈다.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은 결선투표 하루 전인 4일 조지아주를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미 상원은 총 100석 중 공화당 50석, 민주당 48석 구도다. 공화당은 조지아주에 걸린 2석 중 최소 1석 이상을 건지면 지금처럼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한다. 반면 2석 모두 패하면 상원 주도권을 민주당에 뺏긴다. 상원 의석수가 50 대 50이 되면 상원 의장을 겸하는 차기 부통령(카멀라 해리스 당선인)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이다.
누가 상원 주도권을 쥐느냐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활동 반경이 크게 달라진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때 법인세 인상, 고소득층 증세, 부유세 도입, 연방 최저임금 두 배 인상 등을 공약했다. 최근엔 상·하원이 합의 처리한 9000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을 ‘착수금’이라고 부르며 취임 후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당초 2조2000억달러, 공화당은 5000억달러의 부양책을 주장했다.
증세, 최저임금 인상, 추가 부양책 등은 모두 의회에서 법 통과가 필요한 사안이다. 백악관과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상원까지 접수하면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 이행에 탄력이 붙게 된다. 하지만 공화당이 상원 수성에 성공하면 ‘바이든표 정책’은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차기 바이든 행정부 내각 구성도 늦어질 수 있다. 상원이 인준 권한을 쥐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적어도 다음 중간선거(2022년 11월)까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국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
월가에선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하는 ‘권력 분할’ 시나리오가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최선이고, 선거 결과가 빨리 확정되지 못한 채 질질 끄는 상황이 최악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자산운용사 오펜하이머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민주당이 조지아주 상원 2석을 모두 가져가면 증시가 10%가량 조정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선거 결과가 곧바로 확정되지 않으면 단기적으론 주가에 더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