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06일(15: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0년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시장에서는 법무법인 광장의 괄목할 만한 성과가 돋보였다. 실제 오는 2월 결산기를 앞두고 점검한 지난해 매출에서 광장은 M&A자문 분야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축제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M&A업계 등에 따르면 광장은 지난해 총 57건, 거래규모 12조원을 웃도는 바이아웃(buyout·경영권 인수) 거래들을 자문했다. 건수만 봐도 김앤장법률사무소(62건)를 맹추격했다. 10조원에 달하는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거래에 관여하지 못하면서 순위로는 김앤장, 법무법인 태평양에 이은 3위에 그쳤지만 '내실'을 따져보면 속사정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실 탄탄한 'EMC홀딩스 거래' 자문 싹쓸이
SK하이닉스-인텔 거래는 초대형 크로스보더 딜의 성격상 스캐든압스 등 외국계 로펌들의 역할이 주요했다. 거래 후반부에 합류한 김앤장과 태평양은 계약서 검토와 더불어 이사회 준비, 외국환거래 신고 등을 도운 역할에 그쳤기 때문에 10조원 거래 규모에 비해 자문료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광장은 지난해 실제로 거둔 내실이 쏠쏠했다. 대표적인 게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의 종합환경플랫폼 EMC홀딩스 매각(1조원) 거래다. 이 M&A는 어펄마캐피탈이 투자원금 대비 약 20배 달하는 차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아시아벤처캐피탈저널(AVCJ)이 선정한 '올해의 투자회수'에 선정되는 등 주목을 받았던 거래다.
광장은 EMC홀딩스의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 SK건설의 인수자문사였다. EMC홀딩스 거래에 관여했던 관계자는 "EMC홀딩스의 계열사가 19군데에 달해 실사할 곳들이 엄청나서 자문사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대규모 거래였다"고 설명했다. 광장은 해당 거래에서 SK건설 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PIA와 IPM자산운용 등 다른 원매자들에 대한 자문 수임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관련 매출이 짭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脫한진으로 저변 넓히고… '김앤장 맞수'
광장은 한진그룹과 인연이 깊은 로펌이다. 설립자인 이태희 변호사가 한진그룹 조중훈 회장의 사위가 된 이후 한진그룹의 기업 자문을 도맡다시피 했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일련의 한진그룹발 거래에서 광장의 행보는 탈(脫) 한진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물론 한진의 렌터카 사업부 매각(547억원) 거래 등 여전히 한진그룹의 일감도 놓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광장은 지난해 한진그룹의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 사업부 매각(9906억원) 거래에서 인수 상대방인 국내 PEF운용사 한앤컴퍼니를 자문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2조6000억원) 거래에서도 매각을 주도한 산업은행 측을 자문했다. 날카로운 협상 실력과 꼼꼼한 자문 등을 토대로 고객의 범위를 다양화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광장이 여럿 거래에서 김앤장과 협상 상대방으로 만난 점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대한항공 기내식·기내면세 사업부 매각 거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거래뿐만 아니라 두산솔루스(6986억원) 거래 등에서 광장은 김앤장의 반대편에 서서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협상력을 발휘했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그동안 너무 김앤장만 선임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번에 처음으로 광장에 자문을 맡겨봤는데, 정말 깔끔하게 거래를 도왔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거래에서 산업은행 측 자문을 수임한 점도 광장 내부에서는 성과로 꼽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몇년 간 태평양이나 세종과 주로 일을 해왔었다. 실제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겠다고 나서기 전에 한 차례 무산된 아시아나항공 매각 시도(당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HDC현대산업개발)에서는 세종이 산업은행을 대리했지만, 이번 거래에서 산업은행은 광장에 일감을 맡겼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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