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 1분양권을 보유한 사람이 분양권 취득 후 3년 내 기존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 학교·직장 때문에 불가피하게 1주택 1분양권이 된 경우는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는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 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일시적 1주택 1분양권' 세 부담 완화
개정안 중 부동산 분야 주요 내용은 '일시적 1주택 1분양권'에 대한 세 부담 완화 조치다. 정부는 작년 세법을 고쳐 올해부터 양도세 산정 시 분양권도 주택 수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지금까지 보유 주택이 한 개면 분양권이 몇 개라도 1주택자로 봤지만 앞으로 이런 사람은 다주택자로 보겠다는 것이다. 입주권도 양도세제상 주택 수에 포함하는데 분양권만 예외로 두면 안 된다는 게 정부 논리였다. 이렇게 되면 크게 두 가지가 달라진다. 분양권 포함 다주택자는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여기에 조정대상지역 다주택 양도세 중과까지 받는다. 2주택자는 주택 처분 시 양도세 기본세율(6~25%)에 10%포인트, 3주택자는 20%포인트를 가산하는 제도다.
입주권과의 형평성을 위해 분양권에 대한 세 부담을 강화하더라도 불가피하게 분양권 포함 2주택자가 된 경우는 배려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입주권의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일시적 1주택 1입주권 보유자는 1주택자로 간주한다. 이에 정부는 분양권도 일시적 1주택 1분양권을 인정하고, 그 요건은 입주권과 동일하게 적용키로 했다.
1주택자가 주택 취득 이후 1년 이상 지난 뒤 분양권을 취득하고, 분양권 취득 이후 3년 이내 기존 주택을 매각하면 양도세를 비과세한다. 분양권 대상 주택이 건설에 시간이 오래 걸려 3년 이내 양도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엔 △분양권 주택 완공 이후 2년 이내 세대 전원이 그 집으로 이사해 1년 이상 거주하고 △완공 후 2년 안에 기존 주택을 팔면 양도세 비과세 특례를 인정해준다. 1주택자가 분양권을 상속 받은 경우도 기존 주택을 팔 때 양도세를 물지 않는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일시적 1주택 1분양권자는 2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제외한다. 분양권만 하나 갖고 있는 사람이 취학·근무상 형편 등 사유로 다른 시·군 또는 수도권 밖의 주택을 취득해 1주택 1분양권이 된 경우다. 결혼이나 부모 봉양에 따른 합가로 1주택 1분양권이 된 경우도 포함된다.
바뀐 분양권 관련 제도는 올해 1월 1일 이후 새로 취득하는 분양권부터 적용한다. 1월 1일 이전 취득한 분양권은 양도세 산정 때 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다.
정부는 국세청 홈택스 등을 통해 양도세를 전자신고하면 건당 2만원 세액 공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종합소득세·법인세(2만원), 부가가치세(1만원) 등은 전자신고 세액공제가 있는데 양도세는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부동산 세제 너무 복잡해 혼란"
세 부담을 강화하는 내용도 있다.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적용 시 주택 보유기간 계산 규정에서다.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은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해야 준다. 보유기간은 취득일로부터 양도일까지 기간으로 계산하는 게 원칙이다. 정부는 작년 세법 개정을 통해 다주택자는 보유기간 계산을 까다롭게 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올해 1월 1일부터 다주택자는 다른 주택을 다 양도하고 1주택자가 된 날을 '취득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이다. 2019년 1월 A 주택을 취득하고, 다른 주택은 2020년 1월 처분해 1주택자가 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이 올해 6월 A 주택을 매각할 경우, 기존 규정대로면 보유기간(2019년 1월~2021년 6월)이 2년을 넘어 1주택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바뀐 제도로는 A 주택 취득 시점을 1주택자가 된 2020년 1월로 간주하기 때문에 보유기간이 2년이 안 된다.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보유기간 계산이 빡빡해지자 부동산 시장에선 '우회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증여나 용도변경을 통해 주택을 처분한 경우 '양도'는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보유기간 계산 규정을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우회로도 막기로 했다. 증여, 용도변경을 통해 주택을 처분한 경우도 양도와 동일하게 보는 것으로 소득세법 시행령을 고쳤다. 용도변경은 오피스텔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다가 사업용으로 변경한 경우 등을 말한다.
이런 제도 정비는 선의의 피해자 또는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거듭된 부동산 세제 개정으로 제도가 '누더기'가 됐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양도세, 보유세, 취득세 등 모든 부동산 세제가 너무 복잡해져 일반인들은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고 불의의 피해를 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세제 전반을 단순하고 간명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미향 사태 겪고도 공익법인 규제 완화?
시행령 개정안엔 공익법인·단체의 공익성·투명성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담겼다. 지금은 공익단체(구 기부금대상 민간단체)는 한 번 지정되면 5년간 자격을 유지하며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이 기간을 3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다만 사후관리 결과 공익성·투명성이 확보됐다고 판단된 단체를 재지정할 때는 지정 기간을 6년으로 한다. 이는 내년 1월 1일 이후 지정을 신청하는 단체부터 적용한다. 공익법인(구 법정·지정기부금 단체)은 지정 기간이 3년이어서 공익단체도 이와 기준을 맞추면서 관리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작년 회계부정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의기억연대'의 경우 공익법인으로 분류돼 지금도 지정 기간이 3년이다. 오히려 공익법인·단체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도 있다. 지금은 회계 결산 서류와 기부금 모금액 활용실적 명세서를 각각 공개하게 돼 있는데, 결산서류를 표준서식에 맞게 공개한 경우는 기부금 명세서 공개 의무를 면제한다. 공익법인 취소 요건도 완화했다. 회계감사, 전용계좌 계설·사용, 결산서류 등 공시 의무 위반 시 취소하게 한 것을, 이런 위반으로 상속·증여세를 1000만원 이상 추징당해야 취소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