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사진)이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과 수도 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기간 요금 동결로 운영기관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서 권한대행은 5일 출입기자단과의 온라인 신년 대담에서 "(누적 적자 등에 따라) 요금 인상이 필요한 부문이 6가지 정도 추려졌다"며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대중교통과 상·하수도"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하철, 시내버스, 상수도, 하수도, 도시가스, 생활폐기물 종량제 등 6개 분야의 요금 인상 필요성을 검토해왔다. 이중 지하철과 시내버스는 기본요금을 각각 200원 가량 올리고, 상수도 요금의 경우 가정용 기준 현재 1㎥당 360원에서 2023년 580원으로 단계 인상하는 방안을 서울시의회 등과 논의해왔다.
서 권한대행은 "대중교통과 상·하수도 요금은 오랫동안 인상하지 않아 운영상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중교통 운영적자는 지하철 1조원, 시내버스 5000억원 등 총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상수도 사업은 최근 5년간 1600억원의 적자가 누적됐다.
서울시가 관련 적자를 메우기 위해 재정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당장 요금인상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서민들의 부담을 확대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데다 올해 보궐선거, 내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지난해 말에는 2021년 수도요금 인상안을 담은 ‘서울시 수도 조례 일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에서 보류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없었다면 당초 목표대로 추진했겠지만,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시민의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시의회와 일정을 상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권한대행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선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새로운 시장에 광화문 광장 사업을 넘겨야한다는 지적에 대해 "권한대행이 기존 사업을 중단한다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될 것"이라며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해 올해 10월이면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광화문 광장의 완전한 보행공간화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권한대행으로써 남은 3개월동안 기존 주택정책을 사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권한대행은 "주택문제는 새해에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며 "작년에 발표된 대책대로 실수요자들에게 주택공급 물량이 공급될 수 있도록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과 새로 도입한 지분적립형 주택 등을 올해부터 제대로 시행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서초구의 재산세 감면에 제동을 건 것과 관련해서는 "서초구의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자체가 법령 위반"이라며 "25개 자치구의 지역 형평성도 고려해야하는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9억원 이하 주택이 46~47% 가량이지만 노원구의 경우 9억원 이하가 99.9%를 차지할 정도로 지역적인 차이가 많다는 게 서 권한대행의 설명이다.
시장직에 도전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새 시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비전과 미래먹거리에 대한 전략을 갖고 오는 분이 돼야한다"며 "민생경제를 살리고 시민을 보듬어 줄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