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란의 한국 국적 선박 나포에 대해 “조속히 나포 상태가 풀릴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동결된 약 8조원 규모의 원유 수출대금이 선박 나포의 원인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강 장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의 선박 나포에 대해 “어제 저희(외교부)가 1차 대응을 했고 주한 이란공관, 주이란 한국공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외교부는 지난 4일 한국 국적의 케미컬 운반선 한국케미호가 호르무즈 해협의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당국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란 해역으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선박에는 20명의 선원이 탑승한 가운데 5명이 한국 국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선박 나포의 이유로 해당 선박의 ‘환경 오염’을 꼽았다. 이란 관영매체 IRNA통신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4일 “이란은 한국 유조선의 환경 규제 위반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큰 이유는 국내에 동결된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이 원유 수출 대금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를 주지 않고 있다며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해당 수출 대금은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계좌에 예치돼있지만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강화로 인해 지급되지 못하고 동결된 상태다.
중동의 대표적인 친(親)이란 국가인 카타르 국영방송인 알자지라방송도 관련 사실을 전하며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을 나포 원인이라 보도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우리 선박 나포 불과 몇 시간 전인 이날 오전 한국 외교부 고위 관계자가 원유 수출 대금 동결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 테헤란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우리는 이번 방문이 지난한 과정의 마지막 단계이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이란 방문 예정이던 고위 관계자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강 장관은 이같은 시각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그런 것을 섣불리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일단 사실 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우리 선원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제일 급선무”라 말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란이 해당 선박의 억류를 즉시 해제해야 한다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냈다. 미 국무부는 해당 성명에서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 완화를 얻어내려는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페르시아만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에 유조선을 즉각 억류해제하라는 한국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