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것이 서울동부구치소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부구치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4일 0시 기준 1084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 전국 교정시설의 수용 정원은 4만7990명이지만, 같은 해 하루 평균 수용 인원은 5만4624명이었다. 수용률(수용 인원/수용 정원)은 114%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평균 수용률 97.6%(2017년 기준)를 웃도는 수치다. 2012년을 제외한 2010~2019년 매해 초과 수용 문제가 이어졌다.
그동안 수용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 위헌”이라며 “1인당 적어도 2.58㎡ 이상을 상당한 기간(5~7년) 이내에 확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17년 “여성 전용 교정시설인 부산구치소의 경우 수용률이 정원 대비 185.6%나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과밀 수용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형집행법에 따르면 독거 수용이 원칙이고 독거실 부족 등 기타 사정이 있을 때 혼거 수용이 예외적으로 인정되지만, 법령과 달리 단체 수용이 사실상 기본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사태에는 마스크를 제때 지급하지 않고 전수검사 시기가 늦어지는 등 관리상 문제들도 있었지만, 과밀 수용이란 구조적 문제도 심각했다는 평가다. 동부구치소는 지난해 12월 기준 수용률이 116.6%(수용 정원 2070명, 실제 인원 2413명)로 확진자와 접촉자, 비접촉자 등을 공간적으로 분리하기 어려웠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설 확충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한 예로 법무부가 2007년부터 설립을 추진해온 강원북부교도소는 주민들의 반발 속에 지난해에야 개소됐다.
공급이 여의치 않다면 불구속 재판·수사를 확대해 전체 수용자의 35%를 차지하는 미결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미결수는 재판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구금돼 있는 피의자 혹은 피고인을 가리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재택구금과 전자감독 등 다양한 조건을 붙여 가석방 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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