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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신비함…눈앞에 일렁이는 김환기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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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화면에 파란 점들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한다. 이내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화면 밖으로 쏟아질 듯 쇄도한다. 전시장 벽과 바닥에 일렁이는 푸른 점들은 광활한 우주를 부유하는 별이 된 듯한 압도감을 선사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우주’(Universe 5-IV-71 #200)가 미디어아트(사진)로 구현됐다. 롯데백화점이 환기재단·환기미술관과 손잡고 지난 1일부터 서울 잠실 롯데타워에서 선보이고 있는 ‘UNIVERSE _ WHANKI 1 -Ⅰ- 21’ 전시에서다. ‘우주’는 동양적인 정서를 점화로 구현한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가로 세로 254×127㎝의 독립된 그림 두 점이 합쳐지면 254×254㎝ 크기의 정방형이 된다. 화폭을 꽉 채운 수만 개의 푸른 점은 거대한 우주 속 별처럼 율동하는 느낌을 준다. 김환기의 오랜 후원자였던 김마태 박사가 50년 가까이 소장해오다가 2019년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8800만홍콩달러(약 131억8750만원)에 낙찰돼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동편 정원에 세워진 가로·세로 6m 크기의 미디어큐브에는 김환기가 전면점화로 남긴 별들이 확장되고 물결친다. 김환기는 1970년 1월 8일 일기에 이렇게 썼다. “내 작품은 공간의 세계란다.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 가지 생각하며 찍어 가는 점. 어쩌면 내 맘속을 잘 말해주는 것일까 그렇다. 내 점의 세계… 나는 새로운 창을 하나 열어 주었는데 거기 새로운 세계는 안 보이는가 보다. 오호라….” 평면에서 무한한 공간을 열고자 했던 그의 바람이 41년 뒤 서울에서 미디어 큐브를 통해 이뤄진 셈이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우주’를 미디어 영상으로 재해석한 프로젝션 맵핑 공간이다. 롯데타워 옆 롯데 에비뉴엘 6층 아트홀에서는 ‘우주’를 담은 미디어아트가 5분 동안 상영된다. 두 벽면과 바닥에 살아 움직이는 듯 깊은 푸른 색감으로 우주를 담은 듯한 공간을 구현했다. 미디어 작업은 환기재단의 협력 아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국내 중견 미디어 아티스트가 LG전자와 힘을 합쳐 완성했다.

전시장에는 ‘우주’를 7폭 영상으로 제작한 미디어 아트와 함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16-IV-70 #166), 붉은 전면점화 ‘3-VII-1972 #227’, 노란 전면점화 ‘14-XII-71 #217’ 등 김환기의 대표작이 판화로도 소개된다. 유희열, 루시드폴, 페퍼톤스 등 안테나뮤직 소속 음악인들이 참여한 작품 설명 오디오도 감상의 즐거움을 더한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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