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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 선수, 빨리 죽어 1등 신랑감' 이제는 옛말?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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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씨름인 스모 선수는 과체중으로 인해 단명한다는 고정관념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한때 '부와 명예를 쥐고 있으면서 빨리 죽는 스모 선수는 1등 신랑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회자되기도 했지만 80세 넘게 사는 스모 선수도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역대 72명의 요코즈나(스모의 프로 리그인 오즈모의 역사 서열 가운데 가장 높은 지위. 우리나라의 천하장사격) 가운데 메이지시대(1868~1912년) 이후 출생자는 55명이었다. 이 중 2019년 2월 55세로 사망한 제60대 요코즈나 후타하구로(?羽?)를 포함해 이미 사망한 요코즈나 39명의 평균 수명은 58.5세였다. 81.4세인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보다 23년 짧다.
◆80세 이상 3명..장수비결은 '중압감 해방'
1845년생인 제15대 요코즈나 우메가타니(梅ヶ谷)가 83세까지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정확한 기록 추적이 가능한 메이지시대 이후 출생한 요코즈나 가운데 최장수 기록은 2010년 사망한 와카노하나(若ノ花)의 82세 8개월이다.



와카노하나의 최장수 기록을 매일 깨고 있는 요코즈나가 있다. 제49대 요코즈나 도치노우미(?ノ海·사진·오른쪽은 현역 시절)다. 그는 2021년 1월로 82세 10개월을 맞았다. 80살 넘게 장수한 요코즈나도 와카코하나와 가가미사토(鏡里)에 이어 3명으로 늘었다.

그와 동시대에 활약한 요코즈나도 대체로 장수한 편이다. 1996년 58세로 사망한 카지와도(柏?)를 제외하면 다이호(大鵬·2013년 72세로 사망)와 사다노야마( 佐田の山·2017년 79세로 사망) 등은 70살 넘게 살았다. 평균 수명보다는 여전히 짧지만 60살을 넘기지 못한 요코즈나들에 비해 장수한 사실은 틀림없다.

'일본에서 가장 강한 남자'가 되는 대신 단명의 숙명을 받아들여야 했던 요코즈나의 수명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다양한 분석이 있다.

최장수 요코즈나인 도치노우미는 "요코즈나의 중압감에서 빨리 해방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5세에 요코즈나에 오른 그는 오른 팔 부상으로 재위 기간이 3년 남짓에 불과했다. 재위 기간 중 17개 대회에 참가했지만 그나마 9개는 15일간 집중적으로 출장한 것이었다.

도치노우미는 "단 2명이서 겨루는 승부에서 '이기고야 말겠다'라는 각오로 살다가 요코즈나가 된 이후 '지면 안돼'로 바뀌는 삶이 힘들어서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요코즈나에서 은퇴했을 때 '이것으로 오래 살 수 있겠군'이라고 생각했다.

아오모리현 이나카다테무라 출신인 그는 은퇴후 일본스모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정년 퇴임 후 아내와 둘이서 도쿄의 타워맨션에 거주한다. 지금도 주변 공원을 산책하고 주2회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한다. 담배는 5~6년전 끊었고 술은 매일 캔맥주 2캔 정도로 현역시대의 10분의 1로 줄었다.
◆무리하게 체중 안늘리고 시선 의식
과거와 달리 요코즈나 승급 후에 체중을 급격히 늘리지 않는 추세가 장수의 비결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랜 기간 스모 선수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한 쓰치야 마사미쓰 도아이기념병원 명예원장은 1958년 이후 요코즈나에 오른 28명을 조사했다. 과거와 달리 무리하게 몸무게를 늘리지 않는 공통점이 있었다. 28명의 요코즈나가 승급 후 체중을 6kg 불리는데 그쳤다. 다이호처럼 수십kg을 늘린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와카노하나와 도치노우미는 2~3kg 늘리는데 그쳤다.

쓰치야 원장은 "연습량이 많은 젊은 시절과 몸이 완성된 요코즈나 승급 후의 증량은 몸에 미치는 영향이 전혀 다르다"며 "무리하게 몸무게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에 은퇴 후에도 건강을 유지 및 관리하기가 쉬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카노하나는 아침 연습 후 댓병 술을 한번에 비우는 애주가였지만 "내장기관이 강한 특이한 경우였을 뿐 무리하게 몸을 키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방송 출연 등으로 사회적인 주목을 이어가는 것을 장수의 비결로 들기도 한다. 생존한 요코즈나 가운데 2번째 고령인 기타노후지(北の富士·78세)는 NHK의 스모 중계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직설적인 해설과 기모노에 가죽자켓을 입는 개성으로 인기가 높다.

그는 "(은퇴 후에도) 대중의 주목을 받는 것이 자극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욕구가 사라졌지만 식욕만은 여전해 스테이크 400g을 한번에 먹기도 한다. 그는 "성적으로는 역대 10위권에 들지 못했으니 장수로 1등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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