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를 방침에 따라 중단했던 신용대출을 새해부터 재개한다. 지난해말 갑자기 ‘대출 절벽’에 몰린 서민들의 하소연이 잇따르자 금융감독당국이 대출 재개를 용인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소득층 신용대출은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
우대금리(대출이자 할인)를 없앴던 조치를 원상복구하는 은행도 있다. 우대금리를 없애면 ‘금리 인상효과’가 생겨 대출 총량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농협은행은 4일부터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우대금리를 1.0%에서 1.4%로 높인다. 신용대출에선 0~0.25%까지 조였던 우대금리를 0.8~1.2%로 되돌리기로 했다.
다만 지난해 11월부터 주택관련대출에 적용하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한시적으로 강화한 조치는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농협은행은 개인별 DSR 100%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 11월초부터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간 소득의 80%를 초과하면 대출해주지 않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신용대출 재개 날짜를 저울질 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11월부터 중단했던 비대면 상품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의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하나은행도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취급 재개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재개는 금융당국과의 ‘교감’에 따른 것이다. 이때문에 대출을 죄기만 하려는 당국의 기조가 다소 변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가계대출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에 작년 10월부터 부여한 월간 잔액 증가 한도 2조원을 완화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작년말에도 가계대출을 계속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서민의 돈줄까지 막히는 부작용이 생기면서 새해들어 금융당국의 입장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신용·고액 신용대출을 죄려는 정부 기조는 변함이 없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각 은행별로 1억원이 넘는 고액 신용대출 현황을 매일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주고, 고신용자 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정부 논리는 금융의 기본에 반하는 것”이라며 “결국 은행의 부실만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훈/박종서 기자 daepun@hankyung.com김대훈/박종서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