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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21대 국회, 새해엔 '牛生'의 지혜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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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4·15 총선 한 달 후 ‘국회보 5월호’에 특집기고문을 실었다. 각계 인사로부터 ‘21대 국회에 바란다’를 주제로 받은 글이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이 국민을 대신해 제언에 나섰다. 21대 국회는 지난 한 해 동안 ‘국민들의 바람’에 과연 얼마나 부응했을까.

박 교수는 당시 기고문에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총선 압승을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정치적 신임으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21대 국회에서도 20대와 마찬가지로 규제 일변도 입법에 나섰다. ‘위험한 입법’의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였다. ‘임대차 3법’은 오히려 집값 상승과 전세난을 부추겼고, ‘기업규제 3법’은 벌써부터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을 불러오는 듯한 모습이다.

박 교수는 또 “지금 보이지 않는 부담을 다음 세대에게 넘기지 말라”고 했지만 21대 국회는 역시 말을 듣지 않았다. 2020년 한 해에만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데 이어 2021년도 예산은 정부안보다 늘려 역대 최대 규모(558조원)로 통과시켰다. 이 때문에 지난해 43.9%이던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5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이 본부장은 “신산업 부문 등의 낡은 법령 체계를 대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1대 국회는 반대로 가고 있다. ‘제2의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화물차와 오토바이만을 택배·배달 운송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주문한 ‘좋은 일자리 창출’, ‘고용 안정’ 등도 반대로 갔다. 21대 국회가 통과시킨 고용보험법 개정안 등 노동법은 사업자의 인건비 부담 등을 가중시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 회장은 “‘평둔화(平鈍化)’ 교육을 지양해야 한다”며 자사고·외고 폐지 중단을 촉구했다. 21대 국회가 나서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주문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각계 인사의 ‘여야 협치’에 대한 강렬한 바람도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쳤다. 174석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가 지난해 내내 국회를 지배했다.

이처럼 ‘청개구리’같이 일했던 21대 국회가 2021년 소띠해를 맞이했다. 물에 빠졌을 때 물살을 거스르는 말은 힘이 빠져 죽고, 물살에 몸을 맡기는 소는 살아남는다는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국민의 뜻을 거슬렀던 21대 국회가 새해에 명심해야 할 격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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