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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의 글로벌 Edge] 1920년대 vs 202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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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의 글로벌 Edge] 1920년대 vs 202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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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하딩 미국 29대 대통령이 1921년 3월 4일 열린 취임식에서 내세운 건 ‘정상화(normalcy)로의 회귀’였다.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에 지친 미국인들이 바라던 것이기도 했다. 이들은 정치가 충분히 1910년대의 평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딩이 이런 정상화 작업을 할 수 있는 정치가라고도 믿었다. 하지만 미국은 오히려 새로운 길을 가기 시작했다. 포드의 모델 T가 상징하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현대(모던)’가 1913년부터 본격 시작된 마당이었다. 미국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도전했다. 그 밑바탕엔 기술 혁신을 향한 역동성이 있었다.
자동차가 '포효의 20년대' 주도
1차대전에서 나온 기술들은 곧장 민간기술로 자리잡았다. 항공기가 본격 도입되고 고속도로가 뚫렸다. 미 국민에게 먼저 찾아온 건 방송 통신이었다. 1920년 미국에서 첫 방송을 탄 라디오는 전화를 대신했다. 전화는 뉴스와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선풍기와 전기다리미 청소기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도 생산되고 소비됐다. 이들 상품을 실은 시어즈백화점의 카탈로그는 미국 농촌 구석구석까지 배달됐다. 유통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중산층이 급성장했다. 1929년 대공황으로 시들긴 했지만 ‘포효의 1920년대’는 이렇게 전개됐다.

무엇보다 자동차의 급성장이 한 세기를 이끌었다. 70개 기업(1925년 기준)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매년 300만~400만 대씩 팔려나갔다. 1929년엔 3000만 대의 자동차가 도로에 있었다는 통계도 있다. 거의 가구당 한 대꼴로 자동차를 소유했다. 자동차산업의 전후방 효과는 막대했다. 대부분 산업에서 신제품을 만들어냈고 생산성을 높였다. 시민들은 가전제품 덕에 가사노동이 줄었고 남은 시간을 소비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대중 소비사회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역시 대선 캠페인에서 ‘정상화’를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악화된 경제를 제자리로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여행업과 호텔·음식서비스업 등 정상화를 간절히 바라는 업종은 부지기수다. 미국은 디지털 사회로 접어든 마당이다.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유통 혁명, 넷플릭스 등의 콘텐츠 혁명, 데이터 혁명 등이 디지털과 함께 전개되는 와중에 코로나를 만났다.
디지털역동성 코로나 후 만개
경제지표는 밑바닥을 쳤지만 디지털의 역동성은 뿜어져 나온다. 온라인 배송과 재택근무 원격의료 등 디지털 분야에서 새로운 플랫폼 기업의 창업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선정된 유니콘(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벤처기업)만 92개이고, 이 가운데 미국 기업이 58개다.

올해는 자율주행의 원년이라고 할 만큼 많은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소니 등 정보기술(IT) 강자들도 자율주행에 뛰어들었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벤처기업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등 신기술 분야도 새로운 업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은 대중 소비 대신 개별화, 분산화된 소비를 만들어낸다. 혁신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혁신의 역동성이 살아 있는 국가에선 2020년대가 1920년대 못지않은 ‘포효의 새로운 10년’이 될지 모른다. 물론 그 포효는 지금 상상할 수 없는 다른 길로 갈 수도 있다. 지금 세계는 기술 혁신으로 정치, 사회, 문화가 한순간에 뒤바뀌는 패러다임 시프트의 한가운데 서 있다. 1920년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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