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국내 10대 증권사를 대상으로 올해 해외주식 투자 전략을 물었다. 작년 5월 이어 8개월 만에 다시 한 설문이다. 5월 설문 때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와 룰루레몬, 비바시스템즈, 펠로톤 등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종목을 다수 추천한 바 있다. 이번엔 메이디그룹, 알리건강, 이노벤트와 같은 중국 소비재 및 헬스케어 관련주 등을 추천했다.
중국 소비재·헬스케어 ‘눈독’
이번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 주식투자의 화두로 ‘중국 투자 확대’를 꼽았다. 10명 가운데 7명이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 중국을 꼽았다. 미국을 유망 지역으로 꼽은 증권사는 네 곳(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이었다. 유안타증권과 키움증권은 아예 미국을 비중 축소 국가로 뽑았다. 5월 설문 당시 9개 증권사가 미국 투자를 추천했던 것과 대비된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과도하고, 기업들의 신용등급 문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지난해의 성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중화권 유럽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전문가들은 중국의 소비재 업종을 핵심 투자처로 지목했다. 중국은 코로나19의 진원지지만 강력한 국가 통제를 기반으로 지난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올해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예고되고 있어 내수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메이디그룹은 증권사 두 곳의 추천을 받았다. 메이디그룹 주가는 지난해 60%가량 올랐다.
중국 헬스케어 업종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았다. 삼성증권은 원격의료업체인 알리건강을, 대신증권은 바이오신약 개발업체인 이노벤트를 추천했다. 중국은 부족한 의료자원 탓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원격의료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국가다. 국내 투자자에게 비교적 낯선 종목도 추천 명단에 들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14차 5개년 정책의 수혜주로 사료 제조업체 다베이눙을 지목했다.
미국에선 IT보다 신재생에너지 관련주
지난해 글로벌 증시를 주도했던 미국 시장의 정보기술(IT)주들은 올해 투자 매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5월 설문에서 아마존이 8명, 마이크로소프트가 6명으로부터 표를 받는 폭넓은 지지세를 보였지만, 이번 설문에서는 세 표 이상을 받은 상장사가 없었다.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소수 기술주가 이끄는 장세가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미국 시장 투자 대안으로는 조 바이든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관련주들이 제시됐다. 넥스트에라에너지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플로리다에 기반을 둔 전력회사로, 천연가스 기반 발전사업과 신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넥스트에라는 발전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실적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중 확대를 통한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며 “성장주와 가치주의 매력을 겸비했다”고 말했다. 선런과 플러그파워 등 태양광 기업들과 함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기계 장비 제조사 캐터필러와 존디어도 추천을 받았다.
전범진/한경제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