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청와대는 30일 박 의원에 대해 "검찰·법무개혁을 완결하고, 인권과 민생 중심의 공정한 사회 구현을 실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3선의 박범계 의원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역임했으며,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최근에는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해 향후 두 사람의 관계 설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공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
박 의원은 지난 10월 22일 윤 총장을 향해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다"라고 저격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윤석열이 가진 정의감, 공정심에 의심을 갖게 됐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이 배당이 된 뒤 중앙일보 사주를 만났느냐"고 질타냈다.
이에 윤 총장은 "상대방 입장이 있기 때문에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해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너무 심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만났으면 만났다고, 안 만났으면 안 만났다고 하라"고 다그치며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주들 만나는 게 관행이냐"고 재차 물었다.
윤 총장은 재차 "과거에는 (검찰총장이) 많이 만난 것으로 안다"며 "저는 높은 사람들 잘 안 만났고 부적절하게 처신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아니라고는 말을 못하고 있다"며 선택적 정의론자로 비판했다.
이에 윤 총장은 "그것도 선택적 의심 아닙니까?"라며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총장의 의외의 반격에 국감장은 크게 술렁였다.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 그가 돌아온다 복수가 아닌 정의의 칼을 들고"
과거 박 의원은 2013년 11월 10일,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적절한 보고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게 되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너무 슬픕니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박 의원은 이 글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이면서도 긴 대화 한번 나누질 못한 형에게 검찰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불의에 굴하지 말라는 호소로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밉다"면서 "작년 국회의원 됐다고 서초동 어디선가 동기모임을 했을 때도 불과 10여분 아무 말 없이 술 한잔만 하고 일어났던 형이다"라고 했다.
이어 "'검사는 범죄혐의를 발견하면 수사를 개시하여야한다'는 형소법을 따르고,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정한 검사가 될 것을 선서로 다짐한 것을 지켰을 뿐인 형인데. 그런 형에게 조직의 배반자, 절차불이행자로 낙인찍는 검찰의 조직문화가 아직도 상하로 여전하다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이게 도대체 정상적인 나라야?'라는 비난과 자조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박 의원은 이후 윤 지검장이 최순실 게이트 특검 수사팀장을 맡게 되자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 그가 돌아온다. 복수가 아닌 정의의 칼을 들고"라고 반색했다.
北 김여정 "靑 바보스럽다" 담화 "다시 읽어보니 표현에 무척 신경"
박 의원은 3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기습 담화를 통해 청와대를 직접 저격한 데 대해 "말뜻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놓은 담화에서 청와대를 겨냥해 '적반하장의 극치' '주제넘은 실없는 처사' '바보스럽다' '저능하다' 등의 표현을 했다.
이어 "참으로 미안한 비유이지만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며 "나는 남측도 합동군사연습을 꽤 즐기는 편으로 알고 있으며 첨단군사 장비를 사 오는데도 열을 올리는 등 꼴 보기 싫은 놀음은 다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 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을까"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대부분의 언론보도는 김여정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성명과 친서를 느닷없이, 병주고 약주고, 노림수, 종잡을수 없는 등으로 표현했다"면서 "김여정 성명서 전체를 차분히 읽어보니 비난은 맞으나 표현에 무척 신경을 쓴 것으로 읽혀진다. 가장 눈에띄는 대목은 우리쪽을 향해 '이 말에 기분이 몹시 상하겠지만'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여정이 '겁 먹은 개', '바보스럽다'라고 비난은 했지만 그 이면에는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이 기분상할 것을 우려했다는 주장이다.
"'의원님 한 번 살려주십시오' 해보세요."
박 의원은 11월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예산 삭감과 관련해 “‘한 번 살려주십시오’ 한 번 (말)하라”고 해 ‘예산 갑질’ 논란을 빚었다.박 의원은 조 행정처장을 향해 “(삭감 예산을) 살려야 하지 않겠나.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 절실하게 한 번 해보시라”고 말했다.
그는 “법고을 LX USB 제작 보완 비용이 3000만원에서 0원으로 순감됐다”며 “요청한 비용이 1억1500만원인데, 작년 3000만원 예산조차 삭감돼 0원이 됐다. 이거 살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물었다.
조 처장은 “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잘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좀 절실하게, 3000만원이라도 좀 절실하게 좀 말씀해보라”며 “그래야지 이게 된다”고 했다.
조 처장이 “예”라고 짧게 답하자 박 의원은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의원님들! 정말로 국민들을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 처장이 난감한 듯 ‘허허’라고 짧게 웃자 “요만한 다리 하나, 상판 하나에 해당하는 돈밖에 안 된다”며 “‘의원님들 살려주십시오’ 한번 하시라”고 거듭 요구했다.
조 처장이 “예, 그 LX 사업비…”라고 무슨 말을 하려하자 박 의원은 “아휴, ‘살려주십시오’ 한 마디 하시면 끝날 일을 참나 답답하게, 대법관님!”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는 이후 ‘법고을 LX(판결문 데이터베이스)’ 제작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전액 포기했다. 법원은 2022년 예산 편성 시 다시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당시 “예산이 회복돼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법원행정처장께 예산을 살려달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그런 표현의 질의를 했다”고 해명했으나, 야당에선 “막말의 최고봉”이란 비판이 나왔다.
박 의원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나는 임차인입니다’ 연설 때도 “이상한 억양(이) 아닌 그쪽에서 귀한 사례”라고 평가했다가 ‘특정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