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인구의 7% 이상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에 성공하는 등 세계 백신 접종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정부 당국의 지시 아래 빠른 물량 확보가 주효했단 분석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3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총 인구 870만명 중 64만4000명이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을 접종 받았다. 이는 국민 1인당 접종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백신 접종을 영국보다 12일, 미국보다 6일 늦게 시작했지만 인구 대비 접종률은 더 높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높은 접종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스라엘 당국의 발빠른 백신 확보와 행정 능력에 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 보건부 장관은 당국에 전국민의 7% 이상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시했고 수 백명의 군 의료진들이 시스템을 수행했다.
백신을 맞은 64만4000명은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에 양성반응을 보인 41만2398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이스라엘은 두 번의 국가 봉쇄와 3000명 이상의 사망 후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보다 높은 수준의 조치를 단행했다. 우선 지난 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받았고 이후 집단 백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백신 접종은 일상을 되찾기 위한 프로그램의 첫 단계"라며 "이 단계를 마치고 30일 이내에 우리는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경제를 개방하고 어느 나라도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화이자 백신만 사용해왔지만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미국계 제약사 모더나와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주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2021년 1월 이른바 '녹색 여권' 제도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녹색 여권 소지자는 해외에서 여행하거나 바이러스 환자와 접촉할 경우 격리돼야 하는 조치를 피할 수 있다.
또 이스라엘 법무부는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페이스북 등 온라인에 백신과 관련된 허위 내용을 삭제 지시했다.
매체는 일부 현지 온라인에서 정부가 백신에 인구 통제와 추적을 위한 칩을 심어놨다거나 의료 실험을 하는데 사용될 것이라는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유포됐다고 전했다.
현재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백신 접종 비율을 보이고 있고 바레인이 2위, 뒤이어 영국, 미국, 캐나다 순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은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2주 동안 겨우 80만회분을 투여한데 그쳤다.
미국은 21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받았지만 속도 면에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럽은 지난 주말 포르투갈과 덴마크가 유럽 대륙에서 가장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