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도 몇 시간 남지 않았다. 날짜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해가 바뀌는 것은 과거를 보내고 미래를 맞는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저물고 말았다. 만남이 정지된 일상에는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았고, 디지털 전환은 생활의 한 축이 돼 ‘뉴노멀’ 시대를 열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교차로에서 새로운 기회를 열어갈 4차 산업혁명, 기후변화와 같은 건설적인 의제보다 진영 간의 소모적 대립이 두드러진 점은 몹시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희망은 살아 있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2005년부터 한 해를 대표하는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선정해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과학기술 10대 뉴스는 분야가 요구하는 고도의 전문성 때문인지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회 이슈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과학기술 10대 뉴스’와 ‘국내 10대 뉴스’의 교집합이 늘고 있다. 또 설문 응답자도 기록적으로 늘어 일반 국민의 참여율이 전년 대비 2배를 넘겼다. 전문가 영역으로 치부되던 과학기술이 점점 국민의 삶에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다.
2020년 국내 10대 뉴스와 과학기술 10대 뉴스 1위는 동시에 코로나19 확산이 차지했다. 두 부문의 1위가 일치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데다 작년 국내 10대 뉴스에 과학기술 관련 뉴스가 하나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결과다.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를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과학기술로 예측하고 퇴치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 밖에도 과학기술 뉴스엔 세계가 인정한 K진단키트 성과와 코로나19 유전자 지도 등이 포함됐다. 또 기상이변, 수소경제, 탄소중립 등 굵직한 의제들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제 과학기술을 떼놓고 일상을 얘기할 수 없다는 사실에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과학기술을 향한 국민의 의식 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인데, 이는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미국 타임지가 최초로 선정한 ‘올해의 어린이’에 15세 과학자 기탄잘리 라오가 이름을 올렸다. 라오는 배우 앤젤리나 졸리와의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직접 만든 장치나 프로그램이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해결할 수 있다는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과학자 지망생이 올해의 어린이로 선정된 것은 그만큼 과학이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올 한 해 지구촌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졌다. 그렇지만 절망의 나락에서 의료인과 과학자들의 헌신 그리고 모두의 희생 덕분에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부디 새해에는 과학기술을 향한 우리 모두의 바람이 희망으로 열매 맺길 소망하며, 과학적 영감을 받은 이가 많이 나와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해본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