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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폭로전·마약…사건사고에 멍든 연예계 [2020 연말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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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예계는 다사다난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악재가 덮쳐 고군분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종 사건사고까지 끊이지 않았다. 갑질, 양다리 등 사생활을 지적하는 폭로전이 이어졌고,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나며 가수 홍진영, 스타 강사 설민석은 고개를 숙였다. 마약 물의를 빚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늘 묵묵하게 건강한 웃음을 주던 희극인이 우리의 곁을 떠나는 슬픔도 있었다. 올 한 해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사고들을 되짚어봤다.
◆ 홍진영, '박사 가수' 자부하더니…논문 표절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박사 가수' 타이틀을 자랑해오던 가수 홍진영은 석사 논문이 표절로 판명되며 석사 및 박사 학위로 취소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표절 의혹이 불거진 논문은 2009년 조선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한류 문화 콘텐츠의 해외 수출 방안'이다. 해당 논문은 표절 심의 사이트 카피킬러 검사 결과 표절률 74%를 기록했다.

당초 홍진영은 "지난 10여 년을 땀과 눈물을 쏟으며 열심히 살았지만 이런 구설에 오르니 저 또한 속상하다"며 "당시 문제없이 통과되었던 부분들이 지금에 와서 단지 몇 %라는 수치로 판가름되니 어떤 말을 해도 변명으로 보일 수밖에 없어 답답하고 속상할 뿐"이라고 표절 의혹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뉘앙스의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유 불문하고 논란에 휘말린 제 모습을 보니 한없이 슬프다"면서 석, 박사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반납'이라는 말은 어불성설. 표절 의혹이 불거진 이상 검증이 불가피했다. 이후 조선대학교 대학원위원회는 홍진영의 석사 논문을 표절로 최종 판결했다. 홍진영 또한 사과문을 통해 "잘못하면 제대로 사과하고 혼이 나야 하는데 저는 반성 대신 변명하는 데만 급급했다. 성숙하지 못했고 어른답지도 못했다. 잘못했다"고 전했다.


한국사 '스타 강사'로 유명한 설민석 역시 2010년 연세대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 석사 논문으로 제출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 연구'에 대한 표절 의혹에 사과했다. 그는 "석사 논문을 작성함에 있어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과오"라고 밝혔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는 물론,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까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까지 선보이고 있던 그였기에 방송가 역시 타격을 받았다. 결국 설민석은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고 했다.
◆ 왕따·갑질·양다리·학폭…꼬리에 꼬리 무는 폭로전

그룹 AOA는 전 멤버 권민아의 '왕따 폭로'로 데뷔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무려 10년이나 AOA로 활동해온 권민아가 지민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으며, 이로 인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다고 폭로한 것. 논란 초반 SNS에 "소설"이라는 짧은 글을 올리며 권민아의 주장을 간접적으로 반박했던 지민은 계속되는 폭로에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팀을 탈퇴했다. Mnet '퀸덤'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던 AOA였지만, 과거의 행실이 스스로 발목을 붙잡은 셈이 됐다.

SM엔터테인먼트는 그룹 레드벨벳 아이린에 이어 엑소 찬열까지 사생활 폭로 2연타를 맞았다. 먼저 아이린은 함께 작업했던 한 스타일리스트 겸 에디터로부터 '갑질' 폭로를 당했다. 아이린으로부터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폭로글의 등장으로 아이린의 청순 이미지는 타격을 입었다. 결국 아이린은 해당 스타일리스트를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며 "어리석은 태도와 경솔한 언행으로 마음의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전했다.

엑소 찬열은 양다리 논란에 휩싸였다. 찬열과 3년간 교제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이 찬열이 연애 도중 다수의 여성들과 바람을 피웠다고 주장한 것. 이와 함께 찬열과 열애설이 불거졌던 바 있는 타 아이돌 그룹 멤버가 거론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소속사 SM은 물론, 찬열 본인 역시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현재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블락비 박경은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했다는 네티즌이 등장하며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박경은 "노는 친구들이 멋있어 보였다. 그들과 같이 다니며 어울리고 싶었고 부끄러운 행동들을 함께 했다"며 논란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당시 박경은 일부 동료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사재기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던 상태. 이미 한 차례 신뢰를 잃었던 박경의 이어진 학교 폭력 논란에 대중들의 실망감은 극에 달했다. 결국 비판 여론 속에서 지난 10월 입대했다.
◆ 자숙은 초고속? 어김없는 '마약과의 전쟁'

연예인들의 마약 물의는 올해도 여전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대체 복무 중인 그룹 비투비 정일훈이었다. 정일훈은 지난 7월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4~5년 전부터 지난해까지 여러 차례 대마초를 피운 혐의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하기 전인 5월 입대했다. 혐의 자체도 문제지만, 정일훈이 입대 당시 수사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점에서 도피성 입대 의혹과 도덕성 결여 비판까지 동시에 일었다. 특히 비투비는 8년간 큰 구설 없이 활동해 온 팀이었기에 팬들의 충격은 더했다. 멤버와 팬들을 기만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일훈에 앞서 메킷레인 레코즈 소속 래퍼들이 줄줄이 대마 흡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Mnet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해 주목 받았던 나플라, 루피부터 '이효리 픽'으로 화제가 됐던 블루, 그리고 '쇼미더머니9'에 등장했던 오왼 오바도즈, 영웨스트까지 단체로 대마초 흡연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검찰은 영웨스트만 기소했고, 나머지 네 명은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특히 나플라의 경우, 해당 사실이 알려진 지 두 달 만에 새로운 소속사와의 계약 체결 소식을 알리며 빠른 복귀를 알려 비난을 받았다. 공개한 사과문에서 나플라는 "스스로가 느슨해지고 약해지면서 해선 안 될 행동을 했다"면서도 "대마는 한국에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부족했다"는 해명을 달았다. 대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예인으로서, 자숙 기간을 생략한 이른 복귀는 본인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경각심까지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 영원히 기억될 순수한 웃음…故 박지선

가장 가슴 아팠던 연예계 사건은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이 세상을 떠난 일. 박지선은 지난달 2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 마포구의 자택에서 어머니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늘 환한 웃음을 보여주던 희극인의 사망 비보는 연예계 동료들은 물론, 수많은 대중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우먼으로 데뷔한 고인은 스스로를 낮추는 일은 있었어도, 절대 타인을 깎아내리며 웃음을 챙기지는 않았다. 많은 이들이 '개그콘서트'를 비롯한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늘 건강한 웃음을 주던 고 박지선을 기억하고 있다. 성실함으로도 인정 받던 박지선이었다. 사망 직전까지 각종 쇼케이스와 제작발표회 등의 진행을 맡았던 그는 평소 상대 가수나 배우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명MC로 꼽히곤 했다.

올 한해를 마감하며 각종 시상식에서도 고 박지선에 대한 추모의 뜻을 전했다. '2020 KBS 연예대상'에서는 박지선 추모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진행을 맡았던 김준현은 "공개홀에 있을 때면 개그맨 동료들 선후배 생각이 나고, 오늘 유독 한 친구가 그리운 날이 아닌가 싶다"며 "늘 우리 곁에서 함께 했었고, 많은 분들께 선한 영향력으로 좋은 영향을 끼쳤던, 활짝 웃던 미소가 사랑스러웠던, 아름다웠던 친구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을 통해 고인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KBS 22기 공채 동기들의 메시지가 전해졌다.

개그맨 유재석은 '2020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떨리는 목소리로 "너무 이른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우리 박지선 씨가 하늘에서는 정말 편안하기를. 그리고 언젠가 꼭 다음 세상에 꼭 다시 태어나서 못다한 웃음을 많은 시청자 여러분들께 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다"고 전했다. 유재석의 대상 수상 소감이 끝난 후 MC였던 장도연이 울음을 꾹 참고 시상식을 마무리하는 모습도 잡혀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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