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경(輕)항공모함 건조와 수직이착륙기에 대한 소요(연구개발 또는 구매)를 최종 확정했다. 경항모의 전력화 세부내용이 결정되며 사업이 본격 시작된다. 이르면 2030년대 초 국내 최초의 항공모함이 도입될 전망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합참은 30일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으로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참모회의를 개최하고 경항모 사업을 중기계획으로 전환했다. 수직이착륙기인 F-35B 전투기도 장기계획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추진돼온 F-35B 전투기 도입이 공식화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항모 사업과 관련된 예산은 내년 중 수립되는 5년 단위의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된다.
경항모 사업이 첫 발을 떼면서 2022년부터 사업이 본격 착수될 전망이다. 군은 내년 중 사업 추진 기본전략을 수립하고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경항모 사업은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북한과 주변국 견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국방부가 지난해 8월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Ⅱ’ 개념설계 계획을 반영하며 처음으로 공식화됐다. 이어 지난 8월에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개념설계와 기본설계 계획이 반영됐다.
군은 한국형 경항공모함을 3만t급으로 미국의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4만5000t)처럼 상륙 능력보다는 항공기 운용 능력에 초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경항모 운영을 위해서는 경항모에서 뜨고 내리는 수직이착륙 전투기와 함께 이를 호위하기 위한 이지스 구축함이 필요하다. 군은 이지스 구축함을 현재 3척에서 6척으로 늘리고, ‘한국형 이지스’라고 불리는 차기 구축함(6000t급) 6척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경항모 사업은 여러 부침을 겪어왔다. 지난 2일 국회는 내년 국방예산 52조8401억원 중 경항모 관련 예산은 방위사업청이 요구한 101억원 중 연구용역비 1억원만 남기고 모두 삭감했다. 군 내부에서도 항모용 수직이착륙기인 F-35B보다 F-35A 전투기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돼왔다.
경항모 사업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항모 한 척을 전력화하기 위해서는 구축함 및 순양함 2~3척, 핵잠수함, 보급함, 조기경보통제기 등으로 이뤄진 항모의 ‘호위전단’이 필수적이다. 적의 대함미사일과 어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경항모사업 운용시 순수 함정 건조 비용에만 약 2조원, F-35B 20대 등 수직이착륙기 도입에만 약 3~4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의 경항모 ‘세트’에만 5조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10년 이상의 장기 사업인 만큼 해마다 투입되는 예산은 국방 재원 범위 내에서 충분하다는 반론도 있다. 해군은 항모전단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함정과 헬기가 전력 확보 계획에 따라 이미 확보해 운용 중이거나 국방 중기계획에 반영되어 있어 추가 소요 예산은 많지 않다는 임장이다.
최근 중·러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침범 등 주변국과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도 경항모가 작전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F-35K 등 공군 전력이 도발 상공에 도달하더라도 체공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재급유는 가능하지만 재무장이 불가능하다는 작전적인 제한도 있다.
해군 관계자는 합참의 이번 소요결정과 관련 “경항모 사업이 첫 발을 떼면서 2022년 사업 착수를 위한 추진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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