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총 의료비에서 건보 부담 비율)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2018년부터 시행된 문재인 케어(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의 보장률 70% 목표는 달성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인상된 건보료와 줄어든 건보 적립금은 국민 부담으로 남게 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건보 보장률이 64.2%로 전년 대비 0.4% 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고 29일 발표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100원을 의료비로 썼다면 이 중 64.2원을 건강보험이 내줬다는 뜻이다.
문재인 케어 시행 첫해인 2018년 보장률은 63.8%로 2017년 62.7%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보건복지부측은 "문재인 케어 시행 첫해라 각종 건보 적용 항목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내년부터는 높은 폭의 보장률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하지만 2019년 상승폭은 2018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보장률 상승에 따른 혜택도 중증 질환자보다는 일반 환자들에게 돌아갔다. 50대 중증·고액 질환에 대한 보장률은 2019년 78.9%로 전년과 동일했다. 하지만 중증 질환을 제외한 보장률은 같은 기간 56.7%에서 57.7%로 1%포인트 상승했다. 도움이 절실한 환자보다 검진 및 일반 진료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되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대학병원 선택진료비와 복부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촬영, 2~3인실 병실 비용까지 급여화(건강보험 지원)했다. 추나요법과 한방 첩약 등도 올해 건보 적용 대상에 들어갔다.
2019년 보장률이 64.2%에 그치면서 문재인 케어의 보장률 70%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게 됐다. 당초 복지부는 문재인 케어 2~3년차까지 보장률을 70% 선으로 빠르게 끌어올리고 이후에는 해당 보장률을 유지하는데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부담이 불어나면서 복지부는 부담이 큰 건보 적용 항목의 시행을 미루고 있다. 올해 11월 시행할 예정이던 척추 MRI에 대한 건보 적용이 수조원에 이르는 비용 부담으로 1년 가까이 미뤄진 것이 단적인 예다.
시행된 문재인 케어 정책에 따른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신규 건보 적용은 미뤄지면서 나머지 항목이 모두 시행되더라도 보장률은 65%에 안팎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장률 70% 목표 달성을 위한 단계를 잘 밟아 나가고 있다"(박능후 전 복지부 장관)는 복지부의 입장이 1년만에 뒤집어지게 됐다.
문재인 케어는 실패로 돌아가고 있지만 정책 시행과정에서 늘어난 비용은 국민 부담으로 남는다. 2019년 건보 공단 부담금은 66조3000억원으로 2018년 59조5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 늘었다.
고령화와 신규 항목에 대한 건보 적용 등에 따라 2017년까지 4조원 안팎 늘던 공단 부담금은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7조원씩 늘었다. 건보 재정수지는 2018년과 2019년 2년간 3조원의 적자를 냈으며 2017년 20조원이 넘던 건보 기금 적립금은 2019년 17조7000억원까지 줄었다.
문재인 케어 시행을 위해 높아진 건보료율도 부담이다. 건보료율은 2017년 6.12%에서 내년 6.86%로 12% 상승했다. 건보료에 함께 청구되는 장기요양보험료까지 합하면 전체 보험료율은 2017년 6.52%에서 2021년 7.65%까지 오른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8%인 건보료 부담 법정 상한선 관련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계에서는 이같은 결과가 예정된 실패라고 지적한다. 70%라는 보장률 목표 달성에 치중하면서 비중증 질환을 중심으로 보장이 늘었지만 그만큼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 지출이 늘면서 보장률 달성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