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의 지시에 따라 중국에서 제정 중인 '음식 낭비 금지법' 초안이 공개됐다. 공무원 식사량을 규격화해 관공서와 공기업 접대, 회식 등에서 음식 낭비를 막고 이른바 '먹방'(음식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동영상)에 대해선 최대 17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시진핑 주석의 '음식 낭비를 막자'라는 구호로 입법 절차가 시작된 '음식 낭비 금지법' 초안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심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전인대 상무위원회 법제위원회가 지난 8월 음식 낭비 관련 입법 업무를 위한 팀을 꾸린 지 4개월여만이다. 전인대 상무위가 음식 낭비 금지법 초안을 검토하면서 조만간 해당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 낭비 금지법안이 통과되면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먹방도 철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안은 모두 32개 세부 조항으로 구성됐다. 이 중에는 과도한 식사와 음주와 관련된 콘텐츠 방송을 금지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먹방 콘텐츠를 방송할 시에는 시정 명령과 함께 1만~10만위안(한화 170만~17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법안에는 식당에서 음식을 제공할 때 음식량에 대한 사전 설명을 의무화하고 같은 메뉴도 소량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됐다.
이 밖에도 손님이 많은 양의 음식을 남길 시에는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시진핑 주석이 음식 낭비 억제 방침을 강하게 추진하는 것은 식량 생산·안보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8월 "음식 낭비 현상이 가슴 아프다"며 입법·감독 등을 동원해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으라고 지시한 바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은 '식량 안보 위기의식'을 언급했다. 이 때는 중국 창장(長江) 일대의 홍수로 농지가 잠기고 코로나의 영향으로 곡물 수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던 시점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16~18일 열린 경제 공작 회의에서도 내년도 경제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로 '식량 안전'을 꼽았다.
실제로 관영 중앙(CC)TV는 중국에서는 연간 3500만t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국 내 전체 수확량의 12%가 음식물 쓰레기로 낭비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펀톈 런민대 농경대학 교수는 "중국은 쌀과 밀 등 두 가지 주요 곡물을 100% 자급자족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식량 수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심각한 음식물 낭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법적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