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고로(용광로) 정기보수 때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정화해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제철은 22일 “고로 정기보수 뒤 고열의 바람을 다시 불어넣는 재송풍 작업을 할 때 가스 청정밸브를 통해 고로 내부에 남아있는 유해가스를 정화해 배출하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3일 충남 당진제철소 2고로를 시작으로 24일엔 1고로 재송풍 시 가스 청정밸브를 활용해 대기 오염물질을 크게 줄였다. 또 이달 10일에는 환경부 관계자들이 당진제철소를 방문해 3고로 작업을 점검하고 배출가스의 불투명도를 확인했다.
제철소에는 고로가 너무 뜨거워져 폭발하지 않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고로 브리더’란 장치가 있다. 평소에는 오염물질 배출이 없지만 분기당 1~2회 진행되는 정기보수 때는 브리더가 열리고 5~30분간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일본, 중국 등 해외 철강사들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정기보수를 하고 있어 그동안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기오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환경단체들은 작년부터 제철소들이 정기보수를 이유로 유해가스를 일시적으로 정화하지 않고 그대로 배출한다고 철강사를 압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부터 해법을 찾아 나섰다. 유럽의 한 엔지니어링 기술 회사와 협업해 세계 최초로 고로 브리더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을 확 줄이는 가스 청정밸브 개발에 나섰다. 유럽 특허를 출원한 이 장치를 현대제철은 ‘1차 안전밸브’라고 부른다. 직경 1.5m, 길이 223m의 파이프로 이뤄진 1차 안전밸브는 지난 1월 3고로에 우선 설치됐다. 시험 가동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타나자 현대제철은 상반기 중 모든 고로에 안전밸브를 갖췄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1차 안전밸브가 조업 안정성까지 확보한 환경·안전설비인 만큼 다른 제철소에서 설치를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민간 환경감시센터 등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환경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당진시와 제철소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 개선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 개선에 49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또 2025년 코크스 냉각 시 발생하는 폐열을 증기와 전력으로 재생산해 연 50만t 규모의 온실가스를 감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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