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과학이다. 스포츠도 과학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모든 것이 과학으로 모이지 않을까? 과학은 논리적이고 데이터에 기반한다. 실험을 통해 효과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과학적인 접근은 현재의 현상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는 확장도 가능하다. 침대가 과학이라는 광고를 접했을 때 고정관념으로 머리가 굳어버린 어른들의 반응은 냉소적인 경우도 있었겠지만, 어린이들은 말하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침대를 만들던 장인들은 침대를 만드는 기술이 본인의 뇌에 저장되어 있었다. 도제식의 사회에서 제자의 뇌로 기술을 전수하는 데는 수십년이 결렸다. 사실 똑같은 기술이 전수되었다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과학적으로 확장된 미래의 침대는 어떤 모습일까? 침대는 사람의 뇌가 잠을 자는 동안 모든 신체와 교감을 나누는 운동장이다. 과학적으로 침대를 만드느라 각종 실험을 통해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현재의 침대가 만들어졌다. 바야흐로 침대의 기술이 장인의 머리속에서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되었다. 침대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컨디션은 천차만별이다. 피곤한 사람, 어디가 아픈 사람, 호텔처럼 여러 사람이 쓰는 경우 등 모든 경우에 동일한 침대가 사용될 수 없다. 빅데이터로 개인화된 세상이 왔으므로 누구나 맞춤 침대를 사용할 수 있다. 센서가 달린 침대에서 자는 모습을 찍은 후 온몸이 최적의 수면 상태를 보여주는 때의 데이터를 모델링해서 최적의 침대를 만드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로 허리 디스크를 수술한 환자가 쓰는 침대는 그러한 개념이 들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포츠도 과학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 한계를 극복하는 도구로 과학적인 방법을 이야기 하곤 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데이터는 이미 알고 있다. 또한 타석의 타자도 어떤 공을 잘 치는지 이미 알고 있다. 야구시합 중계 화면에는 이러한 종류의 각종 데이터들이 즐비하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카메라들은 선수나 공을 알아서 쫓아 다닌다. 이기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운동을 잘하는 사람에게만 과학의 혜택이 주어지는 듯하다. 학교의 체육시간에는 어떠한 교육이 과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대학 진학을 위한 점수를 따는 체육은 국민 보건향상이라는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대개의 경우 체육시간에 축구를 한다면 몇몇 잘하는 학생들은 편을 갈라 시합을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응원을 해야 하는 재미없는 추억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체육에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들은 평생 체육이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아가게 된다.
하버드 의대의 임상정신과 교수인 존 레이티와 과학잡지<포퓰러 사이언스>의 편집자인 에릭 헤이거먼이 공동 저술한 “운동화 신은 뇌(원제: Spark Your Brain, 2009)”에서 빅데이터적인 질문과 해답을 얻게 되었다. 학교의 체육을 평생 운동으로 연결하는 방법은 없을까? 체육에 흥미를 잃은 학생들에게 보다 건강하고 밝은 미래를 열어줄 수 있을까? 좀 더 과학적으로 운동을 설명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질문들에 의미 있는 답을 주고 있다. 방법은 개인화된 운동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다. 미국의 네이퍼빌에 있는 체육 교사들은 수업전에 0교시 체육을 실시하였다. 학생들에게 초시계와 맥박계를 주고 1마일을 달린 후에 스스로 걸린 시간과 맥박을 측정하게 하였다. 늦게 달린 학생들도 맥박이 한계치에 이르렀다면 수준에 맞게 열심히 뛴 것이라고 인정해주었다. 다시 말해서 달리기가 늦었다고 체육점수를 잘 못 받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러한 방식의 수업에 익숙해지고 체력이 늘어나게 되어 결국에는 체육에 조금씩 흥미가 생기기 했다. 그리고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결과도 있었다. 0교시 체육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수업 성취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학생들의 신체가 활발하게 각성된 깨어 있는 상태로 수업에 임하게 되므로 지식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유사한 조건의 다른 학교와 비교해서도 네이퍼빌 소재의 학교는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었다. 평범했던 학교가 세계 과학대회에서 1등과 수학대회에서 6등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이후에 대학 입시 같은 중요한 시험 당일에도 미리 달리기를 하고 시험에 임하는 학생들이 생겼다고 하니 개인화된 달리기의 중요도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되고 효과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오후에 심각한 브레인스토밍이 계획되어 있다면 점심시간에 격렬한 운동을 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달리기도 좋지만 단순히 걷는 것 만으로도 뇌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캘리포니아 대학의 노화 및 치매연구소장인 칼 코트먼은 인지능력 감소를 막아주는 요소로 교육, 자기효능감 그리고 운동을 꼽았는데, 운동은 아주 뜻밖의 발견이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운동은 뇌가 작동하는 모든 상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에서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몸과 마음이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이라 불리우는 코르티솔이 분비되기 시작하며 당면한 스트레스에 대응하거나 회피하려는 프로세스가 시작된다. 이런 경우에 집중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만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뇌를 껐다가 다시 켜는 효과라고도 한다.
침대처럼 과학을 이용해서 마케팅을 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스포츠를 과학으로 연결하여 증명하고 여러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코로나 시대에 단순한 마스크가 어떠한 영향을 발휘하는가 하는 것도 과학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마스크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적절히 추가 된다면 코로나와 상관없이 평생 써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100년전 스페인 독감때의 사진을 보면 그 당시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스크와 관련된 ‘어쩌다 과학’이 국민운동으로 이어지면 현재와 같은 불필요한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고, 미래의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할 수도 있고, 네이퍼빌의 사례와 같은 뜻밖의 훌륭한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 김동철 베스핀글로벌 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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