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업체가 만든 라면 수출이 약 6억 달러(한화 약 6621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상 최대 기록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외국에서 한국 라면이 비상식량으로 자리 잡았고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등의 홍보 효과가 수출 호조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관세청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라면 수출액은 5억4972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4% 늘었다. 이미 지난 한 해 수출액(4억6700만 달러)을 넘었다.
국가별 수출액을 보면 중국이 1억3856만 달러로 전체의 25.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미국(7284만 달러) 일본(4498만 달러) 태국(2466만 달러) 필리핀(2237만 달러)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연간 라면 수출액은 2016년 2억9000만 달러에서 2017년 3억8000만 달러, 2018년 4억1000만 달러로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올해 코로나19 여파에 다시 껑충 뛴 것이다.
이달 수출액이 지난달 수준만 유지해도 올해 라면 수출액은 5억 달러를 단숨에 넘어 6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회사들이 해외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것까지 고려하면 외국에서 소비되는 한국 라면 시장 규모는 훨씬 크다.
농심의 경우 중국과 미국에 공장을 두고 신라면과 너구리, 짜파게티, 육개장 사발면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팔도는 러시아와 베트남 현지법인을 통해서도 라면을 판매하는데 이들 법인의 올해 1~3분기 매출은 각각 1685억원과 263억원으로 순수 국내 총수출액(896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팔도의 컵라면 '도시락'은 러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며 컵라면 시장 점유율 60%를 넘었다.
삼양식품은 해외 공장 없이 전량 국내에서 생산된 라면을 수출한다. 삼양식품의 올해 1~3분기 수출액은 2864억 원으로 작년 한 해 수출액(2727억원)을 이미 넘었고 내수 판매액(2111억 원)도 크게 넘어섰다.
특히 삼양식품 히트작인 '불닭볶음면' 관련 라면과 간편식 등 수출이 올 들어 3분기까지 2460억 원으로 전체 수출액의 85.9%를 차지했다. 주로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오뚜기의 경우 올해 라면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20~30% 늘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라면 수출은 2016년 이후 불닭볶음면이 주도하며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전체 수출 물량의 50% 이상이 삼양식품 수출 물량에 포함이고 농심은 상대적으로 현지 법인 비중이 높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해외 소비자들의 라면 접점 확대와 불닭볶음면의 적극적인 카테고리 확장으로 제품 다변화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수출의 보이지 않는 1등 공신은 한류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짜파구리에 대한 서구인들 관심이 폭발적이었고 방탄소년단(BTS) 효과도 엄청났다"며 "일본에서도 트와이스 등 케이팝 반사이익으로 젊은층의 한국 라면에 대한 호기심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