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사진)이 택시기사를 폭행했음에도 이를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자 "사안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한 판례와 형법을 적용한 판례를 다시 한번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21일 "운행 도중에 사건이 발생했는지, 운행 종료 시점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둘 다 하차를 했는지, 차 안에 있었는지 등 개별 사안에 따라 판례가 다르다. 변호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정밀하게 판단해보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용구 차관은 변호사 신분이던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택시기사가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자 멱살을 잡아 폭행하고도 입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이용구 차관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알려옴에 따라 지난달 12일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운전자 폭행 시 가중 처벌해야 한다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조항에 대해서는 사건 당시 운전 중이 아니라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형법상 단순폭행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 등에서는 택시 운행의 경우 시동을 건 채 미터기(요금 계측기)를 켜둔 상태이기 때문에 차량 운행 중으로 봐야 하고, 이 때문에 특가법 대상으로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가법 제5조의10(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등의 가중처벌)에 자동차를 운행하는 중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정차한 경우를 포함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형법상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지만, 특가법은 가해자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이용구 차관에 특가법을 적용했다면 내사 종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이같은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며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경찰은 내년 1월부터 입건한 사건도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검찰 불송치'를 결정해 수사를 종결할 수 있는 1차 수사 종결권을 갖는다.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이 시행되면서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이런 경우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한 기록과 관련 증거를 90일간 들여다보고 한 차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해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경찰은 재수사 결과 불송치 결정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 결과서에 그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해 알려야 한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이날 경찰청 청문감사실에 해당 사건 내사 종결 처분에 대해 감사해 달라는 감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