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공지능(AI) 학계의 대부인 김진형 KAIST 명예교수가 KAIST AI대학원의 서울 이전을 비판했다. 학문 간 교류와 융합이 필요한 AI 연구를 자교 캠퍼스와 멀리 떨어진 서울에서 진행하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21일 김진형 명예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AI 연구를 하려면 AI 대학원의 서울 이전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정부와 충분히 협의 없이 진행되는 이 사업을 이사회에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KAIST는 지난 8일 서울시와 양재 연구개발(R&D) 혁신지구에 2023년 AI 대학원을 이전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KAIST AI대학원은 국내 첫 AI 대학원이다.
그는 전날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KAIST AI 교육·연구의 비정상적 상황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김 교수는 AI 대학원만 자교 캠퍼스와 떨어진 서울에 설치하는 것이 연구역량을 저하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연구의 핵심은 융합”이라며 “기계과, 전산학과, 산업공학과, 전자과 등 다양한 전공 분야에서 AI를 간학문적으로 연구하고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AI 연구만 하는 사람만 뽑아서 AI 연구를 따로 시키겠다는 것은 가장 ‘하책(下策)’”이라고 짚었다.
이어 “알파고를 만든 회사가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도 학문 간 교류가 있다”고 했다. 구글의 AI 개발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해 세계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서 우승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또 AI 대학원 이전은 대전시에서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을 만들고자 했던 연구진들의 30여년 간 노력을 배신하는 행위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KAIST가 대전으로 캠퍼스를 옮길 때 지역에서 과학연구의 산실을 만들겠다는 뜻이 있었다”며 “AI를 그렇게 강조하면서 왜 중요한 AI 연구만 쏙 빼다 서울로 옮기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KAIST의 AI 연구 전략이 보다 장기적 관점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신성철 총장이 눈에 보이는 성과를 좇다 급한 결정을 내렸다”며 “조직을 개편하는 중요하는 문제이므로 이사회가 당장의 조치를 중단시키고, 다음 총장이 학내 구성원,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KAIST에서 AI연구센터 소장, 소프트웨어(SW)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정보과학회 AI연구회 초대 연구회장, SW정책연구소 초대소장, AI연구원 초대 원장 등도 역임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