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검찰과 경찰의 역할이 달라지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하는 등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 일어난다. 검찰은 권한과 수사 범위가 대폭 줄어든다. 법원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를 폐지하고 법원장 추천제를 실시하는 등 ‘법관 관료화’를 방지하겠다는 기조를 이어간다.
내년 1월 1일부터 수사권 조정이 시행돼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와 경찰공무원의 범죄로 한정된다. 3000만원 이상 뇌물수수와 5000만원 이상 알선수재 등이 부패범죄에 속한다. 경제범죄에는 5억원 이상 사기·횡령·배임 등이 포함된다. 나머지 범죄는 경찰이 수사한다.
수사부터 기소까지 모든 결정을 검사가 지휘하는 현재와 달리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는다. 경찰이 수사 결과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검사가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경찰이 무혐의라고 봤다면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다.
물론 불복 절차는 있다.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 등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다. 이외에도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면, 1회에 한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재수사에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검사가 사건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
공수처도 내달께 출범할 전망이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3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다. 판·검사에 대해선 기소 권한까지 가진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현직 검사들이 대거 공수처의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법원은 내년 2월 정기인사에 맞춰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를 폐지한다. 차관급인 고법부장은 법원장이나 대법관으로 가는 필수코스로 여겨져 ‘법관의 꽃’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 3월 국회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해당 직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일선 판사들이 법원장을 직접 뽑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 확대 시행한다. 기존 의정부지법, 대구지법에 이어 서울회생·서울남부·서울북부·부산·광주 등 5개 지방법원까지 전국 총 7개 법원에서 법원장 추천제를 실시한다.
그간 2~3년 주기로 전국 법원을 돌며 순환 근무를 하던 법관들이 한 지역에서 5년 이상 근무하는 방안도 생긴다. 선정된 장기근무 법관은 서울권 5년, 경인권 7년, 지방권 7~10년간 일하게 된다. 법관 장기근무제는 재판의 연속성 및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는데, 판사와 토착 세력과의 유착을 막을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향판(鄕判)’이 부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인혁/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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