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16년 당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시절 정제되지 못한 과거 발언을 했던 것이 밝혀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자 결국 뒤늦게 사과했다.
변 후보자는 18일 오후 'SH 사장 재직시 발언에 관한 사과의 말씀'이라는 자료를 통해 "4년 전 SH 사장 재직 시 발언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돼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변 후보자는 "특히 저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앞으로 공직 후보자로서 더 깊게 성찰하고 더 무겁게 행동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공개한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의 2016년 6월 회의록에 따르면 건축설계부장은 변 후보자에게 공유주택(셰어하우스) 사업과 관련된 논의 중 해외 사례를 들며 '공동 식당'을 설명했다.
그러자 변 후보자는 "못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먹느냐, 그렇지요?"라고 반문하며 "설계를 잘해놔도 (입주민) 뽑는 것을 기존대로 못 사는 순서대로 쫙 뽑아서 서로 모르는 사람 6명 같이 있어라 그러면 미치는 것"이라고 답했다.
공유 주택 입주민의 입장에서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도 읽히지만, 입주민을 '못 사는 사람'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릇된 인식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 후보자는 입주민들의 요구를 마치 생떼를 쓰는 것처럼 표현하기도 했다. 다시 변 후보자는 역세권 행복주택의 주차장 설립 문제에 대해 "역에 붙어있으면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하거나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입주민들이 들어온 후에 으샤으샤 해서 우리한테 추가로 (주차구역을) 그려달라고 하면 참 난감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같은날 안전하자관리상황실과의 회의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해선 희생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이라며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희생자)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라고도 말했다.
변 후보자는 주5일, 40시간 근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내비쳤다.
그는 "하루 벌어먹고 사는데 월, 화, 수 비가 오고 우리 공기도 급하면 토요일, 일요일 일해서 돈도 벌고 우리 공기도 맞추고 싶은 것 아닌가. 그런데 5일만 하라고 하면 비 많이 오는 날 너 굶으란 이야기"라고 했다.
이어 "주5일 하면 돌관작업(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휴일·야간 작업 등으로 단시일에 작업을 끝내는 것)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된다. 그렇지요?"라고 설명했다. 산업재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돌관작업을 하는데 주 5일제가 방해가 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건설사업처와의 회의서 서초구청에서 훼손지 복구 지역의 체육시설을 요구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관장이 기관의 이익을 위해 시민단체를 이용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변 후보자는 "구청에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게 하려고 하는데 너희가 이것을 없애고 건물을 세우는 것'이라고 보여주고, 환경단체에 슬쩍 (문건을)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공원 바로 앞에 우리 체육시설 팔려고 내놓은 그것을 안 사고 자기들이 그것을 만들면 우리는 완전히 바보 되는 것 아니냐"며 "구청 입장에서야 한 200억원 이상 이익 보겠지만 우리는 진짜 완전히 사기당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자점검을 담당하는 주부모니터단을 '아줌마'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임대주택 하자점검과 관련해 실무자에게 질문을 할 때는 "우리 아줌마들은 뭐 하시고?" "아줌마들이 하는 것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변 후보자는) 희생자 유족의 마음을 후벼파고, 저급한 노동 인식마저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사람이 먼저다'가 국정철학인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이 되기에는 너무나 자가당착적 인사"라고 했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입진보'들의 이중성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변 후보자도 조국 아류"라고 맹비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인 김웅 의원은 구의역 사고 희생자인 김 군이 들고 다니던 가방에서 나왔던 컵라면과 소지품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적어도 이 사진을 보고 일하다 죽는 일을 줄이기 위해 같이 반성하고 노력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야권 뿐만 아니라 정의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시인 심보선이 김 군을 기리며 썼던 '갈색 가방이 있던 역'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은 뒤 "(변 후보자는) 부끄럽지도 않나"라며 "잘못된 과거 발언을 뉘우치고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강조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