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기요금 개편으로 내년 요금 부담이 상당 기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22년 전기요금은 예상도 안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연료비 연동제는 분기마다 유가 등락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직전 3개월 연료비 평균에서 지난 한 해의 평균값을 뺀 차액에 비례해 전기요금을 조정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유가가 확 떨어졌다. 이런 저유가 상황은 내년에도 상당 기간 영향을 미쳐 전기요금 부담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산업부는 2022년 이후 전기요금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예상하기 어렵다”는 말만 반복했다. 2022년 이후 전기요금을 추정하기 위해선 유가 전망치가 필요한데,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후년 유가 전망치를 발표하지 않아 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든 아니든 심각한 문제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22년 유가를 모르더라도 여러 시나리오를 가정한 뒤, 시나리오별로 전기요금 부담이 얼마나 감소 또는 증가하는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가계나 민간기업들이 직접 유가 변동에 따른 전기요금 변동을 추정해 살림계획을 짤 수도 없게 했다. 추정을 위해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각 발전연료의 열량과 소비량을 벙커시유 기준으로 바꾸는 ‘환산계수’가 필요한데, 산업부는 이 계수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연료비 연동제라는 복잡한 체계를 도입하면서 국민이 유가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얼마나 낼지 전혀 감을 못 잡게 하고 있다”며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당초 전기요금 개편안 자료에서 연료비 연동제를 계산하는 기본 원리를 거꾸로 써 놨던 것도 문제란 지적이다. 산업부는 자료에 ‘지난 한 해 연료비 평균값에서 직전 3개월 평균값을 뺀 차액에 비례해 전기요금을 조정할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대로 하면 유가가 급등할수록 전기요금이 내리고 유가가 급락하면 전기요금이 오르는 황당한 결과가 나온다. 산업부는 한국경제신문이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야 자료를 수정했다.
산업부는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관련 감사 도중 소속 공무원이 관련 문서 수백 건을 몰래 삭제해 구속당하면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의식해 내년 하반기 또는 후년의 전기요금 인상 사실을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온다. 산업부가 조속히 전기요금의 상세 계산 방법과 2022년 이후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으면 이런 의혹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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