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날선 비판이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지한파’ 의원도 비판 행렬에 동참했다. 제럴드 코널리 하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북한의 표현의 자유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미 하원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코널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이같이 말했다. 코널리 의원은 “(개정안은) 한국의 인권 단체들이 독립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하는 능력을 해친다”며 “표현의 자유에 ‘냉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개정안에 서명하기 전에 중대한 재검토를 해야 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별개로 문 대통령이 법안에 재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제3국에서의 전단 살포’가 개정안에 의해 범죄화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코널리 의원은 “(개정안이) 남북한 접경 지역은 물론 중국과 같은 제3국에서 북한으로 전단·저장장치·돈 등을 보내는 것을 범죄화한다”고 말했다. 개정안 24조는 1·2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시각매개물 게시 등에 대해서는 ‘군사분계선 일대’라고 특정한 반면, 3항에서 ‘전단 등 살포’에 대해서만 장소를 특정하지 않아 제3국에서도 전단을 살포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을 낳았다.
통일부는 논란이 커지자 개정안 통과 다음날인 지난 15일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우리 영토·영해 등에서 살포한 전단 등이 제3국 영공·영해를 거쳐 북한으로 들어갈 경우에도 규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지난 16일 “통일부의 다급한 해명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강행된 법에 정권마다 정치적 고려나 자의적 해석 여지가 존재하는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스스로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만든 사람들이 앞뒤 제대로 안 따져보고 막무가내로 만들었고 따져볼 기회도 없이 밀어붙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8일 미 하원의 초당적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화당 관계자가 “당초 예고한 대로 청문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 위원회의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을 맡은 크리스 스미스 의원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의 민주당이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법이 통과되면 별도 청문회를 소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미 의회의 청문회는 이르면 다음달 열릴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의회 회기가 며칠 남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다음 회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 초부터 청문회 구체적인 일정을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북한과 관련해서 어떤 논의가 있는지, 청문회를 개최하는지는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