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방문한 경기 화성 동탄 공공임대주택과 관련, 한국토지주택관리공사(LH)가 인테리어 비용만 4290만원을 들이는 등 총 4억5000만원을 편성했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야당은 "임대주택 방문쇼였다"면서 일제히 맹공을 퍼부었다.
해당 임대주택은 문재인 대통령이 전용 13평형 아파트에 4인 가족이 거주하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질문이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측은 지난 11일 문 대통령의 임대주택 방문 준비를 위해 총 4억5000여만원을 지출했다는 답변서를 제출했다. 인테리어 등 보수비용 4290만원, 행사 진행을 위한 예산이 4억1000만원에 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4억5000만원짜리 쇼에 국민이 분개하고 있다"며 "탁현민(청와대 의전비서관) 연출이 뛰어나도 하자는 대로 하지 말고 조금 챙겨보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비대위원도 "쇼만 하는 정치, 그럴싸한 사진만 남기는 정치, 국민 혈세를 쌈짓돈처럼 펑펑 쓰는 세금 낭비 정치를 멈춰달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쇼하는 정치 두 번 참으면 서울 아파트 한 채, 한번 참으면 (생활고로 숨진) 방배동 여성 같은 분을 80여명 구제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60대 여성이 숨진 지 약 반년 만에 발견됐다. 발달장애가 있는 30대 아들은 숨진 어머니 곁을 지키다 전기·가스 등이 끊기자 집을 나와 노숙을 하다 발견됐다.
윤희숙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0년치 임대료를 쏟아부은 임대주택 치장은 홍보가 아니라 조작, 대국민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억대 행차를 준비할 시간과 예산이 있었다면 대통령이 아니라 집 없는 국민들 보금자리를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데 썼어야 했다"며 "그 돈이면 곰팡이, 누수, 스프링클러 등 주민들 호소를 평생 해소하고도 남을 액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자 편에 섰다는 정부가 약자 편인 척할 뿐이다. 국민들의 주거 실상을 감추려 한 연출극은 서민을 두 번 울리는 국민기만"이라며 "집 없는 설움마저 치적으로 활용하지 말라. 누구를 위한 부동산 연극인가"라고 비판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까지 비판 논평을 냈다.
정의당은 "수억 원의 행사비용이 지출됐다는 점은 선뜻 이해할 수 없다"면서 "보증금의 70%를 인테리어 비용으로 지출할 국민이 그리 많지 않을 거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인데 특히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중에서 그럴 수 있는 가구가 도대체 몇 가구나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과장된 '쇼룸'이 아니라, 좀 더 넉넉한 공간과 쾌적한 주거 복지와 환경"이라며 "연출된 공간보다 최저주거기준 상향 조정 등 현실에 부합한 정책부터 서두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교통부와 LH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집들은 '본보기용 주택'으로, 구조 변경이나 인테리어 시공은 없었고 가구·집기도 잠시 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용역 계약금 4억5000만원에 대해서도 해당 주택만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설계공모전 당선작 모형과 홍보 영상물 제작 등을 합친 비용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해당 가구는 입주 계약 완료 때까지 본보기집으로 계속 사용할 예정이며, 보도된 금액(4억5000만원)은 발주 금액이기 때문에 추후 정산되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 칭찬했던 집 상태와 달리 실제로는 주민들의 하자 피해 호소가 계속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 8월 완공된 이 아파트에는 매월 한 번 꼴로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벽면 곰팡이, 누수 등 부실 시공 문제로 LH와 시공사가 책임을 미루는 와중에 대통령 방문 주택만 긴급 수리했다는 지적이다.
해당 임대주택 단지 가구 수는 총 1640세대로 이 중 25%인 410가구는 기준을 완화해 모집공고를 냈음에도 비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소개된 주택들은 보증금 약 6000만원에 월 임대료 19만~23만원 수준이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