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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경기 자체에 감사" vs 김세영 "세계 1위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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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처음 올 때부터 목표는 세계랭킹 1위였다.”(김세영) “이번 시즌은 선물.”(박인비)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를 놓고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치는 김세영(27)과 박인비(32)가 각기 다른 출사표를 내놨다.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투어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우승상금 110만달러) 기자회견에서다. 대회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2위인 김세영은 “(세계 1위 등극을 위해) 이번 대회에서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박인비는 여유 있는 표정이다. 그는 “경기할 기회가 주어진 데 감사하자는 마음뿐 딱히 목표도 세우지 않았다”고 했다.

김세영은 지난 10월 KPMG 여자 PGA챔피언십을 포함해 2승을 거뒀다. 그러나 잠시 휴식을 취한 사이 ‘도전자’ 입장이 됐다. 박인비가 최근 3개 대회에서 준우승을 두 차례 차지해 올해의 선수(112점), 상금(136만5138달러)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최종전에서 우승하면 2개 타이틀을 거머쥐고 ‘필생의 목표’인 세계랭킹 1위도 바라볼 수 있다. 세계랭킹에서 7.41점의 김세영은 세계 1위 고진영(8.38점·25)에게 근소하게 뒤져 있다.

김세영은 “위험을 피해야 할 땐 영리하게 경기하겠지만, 감수할 만한 위험이라면 감수해야 한다”며 “세계랭킹 1위나 타이틀 방어 같은 생각은 경기할 땐 지우고, 내 경기에 집중하면서 즐기겠다”고 했다. 우승을 위해선 ‘모험’을 거는 공격적인 골프를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세계 1위, 올해의 선수, 상금왕을 모두 경험한 박인비는 출전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다. 박인비는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정말 솔직히 말해서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있다”며 “경기할 기회가 주어진 데 감사하자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대신 박인비의 시선은 올림픽 2연패를 향해 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우승해 세계 최초로 ‘골든그랜드슬램(올림픽 금메달+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는 이번 대회를 내년으로 예정된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출전권 획득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고 했다. 올림픽 골프를 주관하는 국제골프연맹(IGF)은 세계랭킹 기준으로 국가당 두 장의 출전권을 부여하고, 한 국가에서 세계랭킹 15위 이내 선수가 3명 이상이면 최대 4명까지 출전을 허락한다. 박인비는 “올림픽은 내가 경기에 나서는 이유”라며 “내년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대회마다 최선을 다할 뿐이고 내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올 시즌 우수한 성적을 거둬 CME 글로브 레이스 포인트 상위 70명에 든 선수와 초청 선수 2명이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그러나 올해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자 소피아 포포프(28·독일), US여자오픈 우승자 김아림(25)은 출전 명단에 들지 못했다. LPGA 회원 자격 없이 우승해 CME 글로브 레이스 포인트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청 선수 두 자리는 CME그룹 홍보대사인 세라 켐프(35·호주)와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는 ‘왕년의 스타’ 나탈리 걸비스(37·미국)가 차지했다.

CME 측은 “걸비스는 우리 회사가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포포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최종전에 출전하지 못하는 사실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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