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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빔]중고차, 진짜 '약자'는 소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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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공청회, "소비자는 없었다"

 최근 국회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사업을 두고 공청회가 열렸다. 이른바 국회가 심판자로 나서겠다며 만든 자리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하나 같이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대기업이 진출하면 중고차 시세를 높이기 위해 좋은 중고차를 독점 유통해 가격의 상향 평준화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고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 또한 "(대기업의 진출이) 독점으로 소비자 후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은 "국가가 기존 중고차업계의 시스템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며 "오히려 대기업이 중고차업계에 자동차 생애주기의 빅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김성환 의원은 "6년 또는 12만㎞ 이내만 현대차가 하겠다는 것 자체가 상생 취지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동주 의원 또한 "중고차 매매사업자의 어려운 구조 여건을 바꾸는 것이 상생"이라고 덧붙였고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중고차 시장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다고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은 해괴한 논리"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여러 의견이 오갔지만 사실 핵심은 '6년 또는 12만㎞'의 중고차 물량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다. '6년 또는 12만㎞ 이내' 물량에 대기업이 손대지 않으면 중고차업계 또한 이들의 진출은 크게 반대하지 않아서다. 반면 대기업은 중고차 잔존 가치를 높이는데 있어 해당 연식을 취급하지 말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선다. 쉽게 보면 대기업과 중고차업계의 갈등에는 가장 거래 물량이 많고 이익이 많은 '6년 또는 12만㎞ 이내'의 중고차 물량 확보 경쟁인 셈이다. 그리고 국회는 둘 사이의 심판자로 나서며 약자 보호 측면에서 중고차 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중고차는 대기업, 중소기업, 소비자 관계 잘 살펴야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국회의원, 대기업, 중고차업계 각각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내세운 '사회적 약자' 명분이다. 먼저 국회는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강자와 약자로 구분했다. 따라서 약자인 중고차 업계를 보호하는 것이 국회의 본분이라 여긴 듯하다.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 대부분이 비슷한 논리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고차업계와 실제 중고차를 구입하는 소비자 관계에선 누가 강자이고 약자일까?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서 약자는 소비자다. 구매자가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없는 '레몬마켓'인 탓이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집계된 공정위 '1372 소비자상담센터' 통계에서도 중고차 매매 관련 불만 상담 건수는 총 2만783건으로 전체 품목 중 5위에 달한다. 그 결과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전국 만 19세 이상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6.4%가 중고차 시장을 불신했다. 게다가 문제를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는 목소리가 반영되면서 대기업 진출 환영으로 연결됐다. 더이상은 '약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6년 또는 12만㎞'의 물량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국회가 심판자로 나서는 동안 정말 약자인 '소비자'는 제외된 것이다.

 다른 시각에선 '소비자'의 개념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도 지적됐다. 먼저 국회의원에게 '소비자'는 일종의 투표 및 지지세력이고 여기서는 대기업과 중고차업계의 유권자 숫자만 따지면 그만이다. 둘 중 실질적으로 많은 표가 걸린 쪽이 유리하다. 중고차업계의 손을 부분적으로 들어준 것도 이른바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반면 대기업에게 '소비자'는 자신들의 신차를 구매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보유한 차종의 잔존 가치를 높이면 타던 차를 판매할 때 이익이다. 하지만 가치가 오르니 구매자는 부담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 이익에 반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엄밀하게 보면 잘못된 접근이다. 중고차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인 탓이다. 이와 달리 중고차업계의 소비자는 불특정 다수이고 이들은 수많은 매매사업자와 거래한다. 쉽게 보면 가장 광범위한 소비자 개념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논의는 '불특정 다수'라는 소비자에 초점을 두고 진행돼야 한다. '소비자'라는 대상이 불문명해 숫자로 계산되지 않는다 해서 단순히 국회가 업계 간의 심판 역할에만 그쳐서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동차'라는 물건은 동네 골목 상권의 주요 품목인 식료품 등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기계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국회가 중고차업계를 보호하려면 공제조합 설립 등을 지원, 제도적으로 소비자 불만이 사라질 수 있도록 배려하면 된다. 반대로 대기업의 진출 기회도 열어 놓는 게 소비자를 위한 조치다. 소비자에게 차를 파는 곳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공정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대기업 대비 약자라면 취약한 경쟁력이 향상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게 합리적일 뿐 가장 약자인 소비자가 그나마 피해 가능성을 낮춰보려는 선택권마저 제한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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