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출신 장재훈, 현대차 대표로
현대차그룹은 15일 2020년 하반기 임원 인사를 통해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건설, 현대위아의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장재훈 현대차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는다. 장 사장은 2018년 말 경영지원본부장을 맡아 현대차그룹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앞장섰다. 자율복장제를 도입하고 임직원 직급을 간소화하는 등 기존 현대차그룹에서 상상하기 힘든 변화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10월부터 국내사업본부장을, 올해 7월부터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겸직했다. 부사장직급 본부 세 개를 동시에 맡았지만 모든 본부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장 사장은 삼성그룹과 제너럴일렉트릭(GE) 등에서 일하는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으로 현대차그룹에 몸담았고, 2012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인사와 영업, 기획 등 여러 부서를 거쳤다. 현대차그룹에 입사할 때부터 정 회장과 알고 지냈고, 이후에도 수시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대표이사 중 한 명인 이원희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생산과 품질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의 보직이 ‘현대차 담당사장’에서 ‘완성차부문 담당사장’으로 바뀌고, 장 사장이 과거 이 사장이 맡았던 업무를 넘겨받는다. 그룹 관계자는 “이 사장은 글로벌 사업 최적화, 밸류체인 혁신, 기술개발 시너지 강화 등의 역할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와 재무, 노무, 판매 등 각 사업부 책임자들도 대거 교체되거나 직급이 바뀌었다.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은 유원하 전무(판매사업부장)로, 인사실장은 이성식 전무로 바뀌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최고재무책임자인 김상현, 주우정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최재호 워크앤라이프지원팀 보좌역 등은 상무에서 전무로 올라섰다. 중남미권역본부장, 러시아권역본부장, 미국 앨라배마공장 대표 등 현대차의 일부 해외법인장도 교체됐다.
주목받는 ‘정의선의 사람들’
현대·기아차 외 계열사에서도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조성환 신임 사장이 이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사장, 현대오트론 대표 등 연구개발과 기업경영을 두루 경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함께 그룹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는 역할을 한다.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건설 대표이사를 맡는다. 현대건설에서 사업관리실장과 공사지원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주택사업 브랜드 고급화에 성공했고, 대규모 수주사업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위아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정재욱 현대차 구매본부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정 사장은 30년 넘게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에서 부품개발 부문을 맡았다. 정 사장은 현대위아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경쟁력을 키우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계기로 정 회장 신임을 받고 있는 인재들이 주력 경영진에 올라서면서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정 회장의 목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젊은 감각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재훈 사장 외 김걸 기획조정실장(사장), 공영운 전략기획담당 사장,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 등이 대표적인 ‘정의선의 사람들’로 거론된다. 김 사장은 기획조정실에서 잔뼈가 굵은 ‘기획통’이다. 2018~2019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공 사장은 전략기획 업무와 국내 법무 부문을 맡고 있다. 넓은 인맥과 각종 현안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강점이다. 삼성전자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지 사장은 2017년 현대차그룹에 영입된 이후 미래 사업 투자를 총괄하고 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