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화이트박스’가 (주)LG에 “계열분리 계획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계열분리안이 순자산가치(NAV) 대비 저평가된 (주)LG 주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룹 지주사 (주)LG는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LG상사 등 5개사 중심의 신규 지주사를 설립해 내년 5월 출범시키기로 결의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화이트박스는 지난 14일 (주)LG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LG그룹 계열분리안이 소액주주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지 불분명하다”며 “계열분리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이트박스는 1999년 미국 미니애폴리스에 설립된 헤지펀드다. 운용자산(AUM)은 88억5000만달러(약 9조6000억원, 9월 14일 기준) 수준이다. 서한에 서명한 사이먼 왁슬리 주식 운용 대표는 삼성, 현대차 등의 지배구조를 공격했던 헤지펀드 엘리엇 출신으로 알려졌다.
화이트박스는 자신들을 ‘2년 이상 LG 주식을 보유한 장기투자자’라고 소개했다. (주)LG에 따르면 이날 기준 화이트박스의 지분율은 0.6%다.
화이트박스는 소액주주 수익률을 거론하며 ‘배당확대’를 요구했다. 왁슬리 대표는 “최근 3년간 LG의 순자산가치는 33% 증가했는데 주가는 12% 하락했다”며 “계열분리를 통해 신규 지주사로 가는 1조원 규모 자산을 주주들에게 지급하면 주주환원율이 현행 2.4%에서 7.7%로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이트박스는 또 “LG가 소액주주를 대표할 수 있는 이사로 구성된 기업지배구조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사 선임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LG는 즉각 반박했다. “계열분리로 그룹의 역량을 전자, 화학, 통신 등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돼 주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LG 계열분리로 주주권리가 침해되지 않는다”며 “화이트박스의 명분이 약하다”고 평가했다.
황정수/이수빈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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