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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텃밭에서 채소를 수확하며 환히 웃고 있다. 서울 무악동에 있는 혜윰뜰 도시농업공동체 회원이다. 혜윰뜰은 원래 주민 간 갈등과 분쟁으로 오랫동안 방치된 공유지로, 쓰레기 등이 잔뜩 쌓여 있었던 곳. 서울특별시의회의 ‘마을 공동체 만들기 지원’ 조례를 통해 3년 전 마을 공동체를 이루면서, 혜윰뜰은 여러 세대가 함께 일구는 텃밭으로 바뀌었다. 영상은 내레이션으로 이 내용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다시 텃밭을 일구는 주민들의 모습을 비춘다. 한 여성 주민은 “이렇게 채소를 많이 먹어본 건 처음”이라며 뿌듯해했다. 또 다른 여성은 허리를 굽혀 농사일을 하면서도 “정말 예쁘다”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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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의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시민을 지키는 의회, 함께 만들어가는 서울!’. 서울특별시의회의 조례 내용을 알리고 시민들이 생활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공모 기간(9월 18일~10월 19일) 중 서울 시민의 일상을 지켜주는 지원 조례를 다양하고 쉽게 풀어낸 작품들이 출품됐다. 총 251편의 출품작 가운데 12편이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됐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윤보람 감독의 ‘저도 청소년입니다’가 차지했다. 애니메이션 형식의 이 작품은 두 학생이 한 독립영화관에 가면서 시작된다. 이들이 보려는 다큐멘터리는 학생이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학생증을 지참해야만 한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한 친구가 당황하자 옆에 있던 친구는 “그냥 축구나 하러 가자”고 한다. 이때 직원이 “잠깐!”이라고 외친다. 그리고 전환된 장면에서 두 사람은 영화관에서 재미있게 영화를 본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 덕분이다. 조례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이 시가 관리하는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다른 학생과 동등한 권리 및 편의를 보장하도록 돼 있다. 이 작품은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애니메이션 영상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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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시선’을 제작한 고혜린 감독(서울영상고)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의 전반부엔 간단한 애니메이션이 나온다. 아기 토끼가 엄마에게 혼이 나 울고 있다. 엄마 토끼는 “엄마가 참지 말고 누라고 했잖니”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기 토끼는 울면서 말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걸요.” 그리고 장면이 바뀐다. 카메라는 한 모녀가 다정히 동화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비춘다. 애니메이션은 이들이 읽는 동화 속 내용이었다. 동화를 본 딸은 엄마에게 “엄마, 나도 누가 쳐다보면 어떡해?”라고 묻는다. 그러자 엄마는 “괜찮아, 우리에겐 서울시의회가 있잖아”라며 딸을 안아준다. 누구나 안전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불법 촬영 등을 금지하는 ‘공공화장실 등의 불법 촬영 예방’ 조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액자식 구성이 기발하고 완성도도 높아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정윤주 박지수 이지현 감독의 ‘층과 층 사이에 서울시’는 층간소음 문제를 다뤘다.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한 여성은 윗집으로 올라가 문에 포스트잇 메모를 붙인다. 처음엔 친절한 말투로 간청하듯 메모를 남긴다. 하지만 아무 반응도 없고 소음은 반복된다. 그러자 여성은 글씨가 빼곡한 메모를 마지막으로 붙이고 자리를 떠난다. 층간소음 발생 시 취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조치 등을 담은 ‘공동주거시설 층간소음 관리’에 관한 조례였다.
김세희 감독도 ‘더 이상 점심시간이 눈치 보이지 않아요’란 작품으로 일반부 우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급식비를 낼 돈이 없어 점심시간에 혼자 운동장에서 공부하는 척해야 하는 한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런 상황은 모든 초·중·고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 조례가 생기면서 달라졌다. 이 학생도 친구들과 함께 급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한다. “빨리 가서 두 번 먹자”며 친구들과 신나게 달려가는 모습이 미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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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들에게는 총 20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서울특별시의회 홍보대사이자 ‘해바라기’ ‘눈물잔’ 등을 부른 가수 박상민의 축하 무대가 온라인 시상식의 열기를 뜨겁게 달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