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이 진료비 18% 차지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상반기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상급종합병원의 진료비 시장점유율은 17.8%에 달했다. 서울대병원 강북삼성병원 같은 대형의료기관을 말하는 상급종합병원은 올 6월 말 기준 42개로, 전체 의료기관(9만6033개)의 0.04%에 불과하다.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한국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문재인 케어 이후 한층 심화됐다. 상급종합병원 점유율은 2015년 15.7%, 2016년 16.9%, 2017년 16.2%였다. 하지만 문재인 케어가 본격 시행된 2018년 18.1%로 높아졌다. 작년엔 17.5%로 ‘숨고르기’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 상반기에 다시 상승했다.
매출 순위 1~5위 상급종합병원, 소위 ‘빅5’의 시장점유율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2017년 7.8%, 2018년 8.5%, 작년 8.1%, 올 상반기 8.3%였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점유율은 2017년 28.3%에서 올 상반기 27.5%로 떨어졌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대형병원에서 많이 하는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 등 건보 적용 확대로 의료기관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의 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특수장비 진료비는 올 상반기 585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진료비 상승률(4.1%)보다 2%포인트 이상 높다.
뇌 MRI 검사의 경우 2018년 10월 건보 적용 이후 관련 건보 재정 지출이 당초 예상보다 1.7배 늘어나자 올 3월 건보 지원 비율을 낮추기도 했다.
올해는 코로나19란 특수성도 더해졌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의료계 불황이 규모가 작은 동네병원에 집중된 영향으로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의원급 진료비 실적은 11조63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88억원(2.0%)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과 ‘빅5’는 각각 4.1%, 6.5%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외국인 피부양자 늘어
외국인의 건강보험 이용과 관련해선 가입자는 감소했는데 피부양자는 증가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 6월 말 외국인 건보 직장가입자는 49만5362명으로, 작년 말(51만3768명) 대비 1만8406명(3.7%)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근로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하지만 직장가입자에 기대 건보료를 안 내는 외국인 피부양자는 20만1094명으로, 도리어 작년 말보다 539명(0.3%) 늘었다.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줄었는데도 이들의 피부양자가 늘어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에 남아 있는 외국인 가입자가 해외에 있는 가족들을 데려와 피부양자로 등록하는 사례가 증가한 결과란 설명이다. 한 외국인 가입자가 피부양자 9명을 등록시킨 사례도 있었다. 건강보험법상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 사람은 외국인과 한국인의 차이가 없다. 배우자와 부모·자녀·조부모·장인·장모 등 직계비존속이면 가능하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에게 한국인과 똑같이 혜택을 주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외국인은 피부양자를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제한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